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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지소연의 눈물"머리가 깨져도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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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을 모두 박수받아야 합니다. 저만 빼고요."

30일 오전 런던 출국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만난 지소연의 눈은 잔뜩 부어 있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후회와 아쉬움, 자책으로 긴밤을 새웠다. 북한과의 4강전 전반 12분 정설빈의 무회전 프리킥 선제골은 예술이었다. 전반 36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허은별에게 통한의 버저비터골을 허용했다. 1대2로 분패했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지소연은 출국 인터뷰에서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모든 게 내탓"이라고 했다. "더 잘했어야 한다. 런던에서 와서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팀에 오히려 방해가 된 것같다. 내가 제일 못했다"며 울먹였다. "전가을 조소현 언니가 몸을 날리고 (임)선주와 수비수들도 모두 몸을 던졌다. 나는 도대체 뭘 한 건가 싶다. 더 뛰어야 했고, 더 잘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선수들은 모두 박수 받아야 한다. 나는 박수를 받으면 안된다. 너무 못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눈물의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라고 했다. 첼시 원정경기 직후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런던으로부터의 시차, 귀국 직후 경기출전 등 환경과 조건을 탓하지 않았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못한 거다"라고 했다. "볼을 잡으면 드리블을 치고 나가고 제치는 것이 나의 장점인데, 자신있게 치고 나가지 못했다. 서서 받는 패스도 많았다. 생각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지소연이 영국에 진출한 후 한국에서 A매치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 나데시코리그에서 뛰었던 지소연은 올해초 첼시 레이디스 10번 유니폼을 입었다. 여자축구는 국내 A매치 일정이 없다. 키프러스컵, 동아시안컵 등 해외 대회, 원정을 통해 경기력을 점검했을 뿐이다. 지소연은 A매치 이야기에도 입을 다물었다. "그런 것도 다 내가 극복했어야 할 문제다. 박지성 오빠 등 유럽에서 한국에 와 사흘일정으로 경기를 치르고 돌아가는 유럽파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악물고 나선 북한전, 지소연은 최선을 다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전방 킬패스를 찔러넣었고, 폭넓은 시야로 그라운드 좌우를 넓게 활용하며 공격의 숨통을 틔어주었다. 공격 1-2선을 부지런히 오가며 북한 수비들을 교란시키는 역할도 도맡았다. 후반 결정적인 헤딩슈팅을 날렸고, 후반 44분 북한 밀집수비를 따돌리고 간담 서늘한 대포알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크로스바를 맞힌 슈팅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법도 한데 지소연은 냉정했다. "맞는 순간 들어가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골키퍼가 나온 것도 봤고, 역동작으로 톡 찍어 토킥으로 차려고 했는데 힘이 들어갔다. 후반 막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평소처럼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쉽게 빗나간 헤딩슈팅 장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북한 선수들도 모두 이를 악물고 헤딩을 뜨는데, 나 역시 머리가 깨져도 좋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선수단 미팅을 길게 했다. 적어도 물러서지는 말자, 자신있게 하자, 당당하게 우리가 가진 것을 보여주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당당하게 뛰었고, 체력 멘탈 경기력 모든 면에서 밀리지 않았지만 마지막 한끗이 부족했다. 지소연 역시 그 점을 인정했다. "우리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마지막 한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고비만 넘는다면 확실히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북한전은 6번째였다. 6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징크스를 만들어서는 안되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1일 3-4위 결정전에서 남은 동료들의 동메달에 대한 100% 믿음을 표했다. 파주NFC를 나오는 지소연을 향해 동료들은 "동메달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소연은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과의 3-4위전을 보며 응원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 모든 것을 쏟아내, 반드시 동메달을 따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