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준 경기였다.' '한국 남자농구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2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 H조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후 나온 반응이다. 한국 대표팀은 3쿼터 한 때 15점 이상의 리드를 상대에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불꽃같은 투혼과 정확한 3점슛을 터뜨리며 97대95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나이로 40인 문태종(38득점)이 믿을 수 없는 3점쇼를 터뜨리며 놀라움을 선사했고, 수비의 스페셜리스트로 인식돼왔던 양희종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소름이 돋게하는 쐐기 3점포를 터뜨려 전국민들을 들썩이게 했다.
한국은 필리핀에 승리하며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28일 카타르마저 이긴다면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한다. 강적 이란을 피해 일본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상황이 한국을 돕고 있다. 반대편 조에서 일본이 난적 중국을 제압했다. 중국이 젊은 팀으로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다. 부담스러운 상대다. 하지만 일본이 조 2위로 올라와 준다면 한국 선수들의 심적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여기에 같은조 최약체 카자흐스탄이 카타르를 완파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2패를 한 필리핀도 4강에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 일단, 카타르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한국전에 큰 부담을 안고 나설 전망. 반대로 한국 선수단의 사기는 필리핀전 종료 후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남자농구는 필리핀전을 계기로 아시안게임 최고 인기 종목으로 올라설 모양새다. 필리핀전 종료 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남자농구 관련 검색어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평소 상상할 수 없던 기사 댓글 수를 기록했다. 모두 칭찬 일색. 선수들의 투혼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에 전국민이 감동을 받았다. 더욱 치열할 경기가 이어질 4강 토너먼트에는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다. 아시안게임의 기세를 몰아 땅으로 떨어진 남자농구의 붐을 일으켜야 한다. 결국,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스타가 나와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문태종, 양희종, 조성민 등 프로농구 스타플레이어들이 전국민 누가봐도 알아볼 수 있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농구가 살아날 수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프로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합숙에 돌입, 5개월 간 피땀 흘려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시즌 후 쉬지도 못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종료 후 곧바로 새 시즌이다. 푹 쉬어야 하는 쉬기에 쉬지도 못했을 뿐더러, 누가 월급을 주지도 않았다. 여기에 농구의 경우 병역 혜택에 민감하지도 않다. 그 점을 노려 선수 선발을 하지도 않았다. 오직 최강 전력을 위한 라인업을 짰다. 이런 선수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응원이다. 주장 양동근과 문태종 등 선수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달라"라고 외치는 이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