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 컴파운드 양궁 여자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굵은 눈물을 흘렸다. 스승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였다.
최보민(청주시청) 김윤희(하이트진로) 석지현(현대모비스)이 나선 여자 대표팀이 27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여자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229대226으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에도 웃을수만은 없었다. 최보민과 석지현은 지난해 10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별세한 신현종 감독을 떠 올렸다. 신 감독은 1977년부터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한국 컴파운드 양궁의 선구자였다. 인프라만 잘 구축된다면 세계 최강 리커브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한국의 컴파운드 양궁을 이끌었다. 어깨부상으로 리커브를 쏘지 못하게 된 최보민을 컴파운드로 이끌었다. 리커브 열등생 석지현도 컴파운드 우등생으로 조련했다. 그런 신 감독이 2013년 안탈리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결국 하늘로 떠났다.
당시 신 감독과 함께 있었던 최보민과 석지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사대에서 결국 금메달을 쐈다.
눈물 뒤에는 신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있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최보민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매순간 힘들때마다 신 감독님을 생각하며 연습했다. 시합 전에 지현이와 '걱정하지마, 다 감독님이 지켜줄거야. 하늘도 우리편인 것 같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우리 지켜보시라고,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늘에 손가락 찔렀는데 감독님께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밝혔다. 석지현 금메달 직후 역시 신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첫 금메달을 땄을때 신 감독님이 계셨었다. 오늘도 옆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를 잘 모르고 자랐다. 컴파운드를 시작하고 신 감독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진짜 아버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보민과 석지현은 지난해 이맘 때 별세한 신 감독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최보민은 "신 감독님 돌아가시고 마음이 안 좋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활을 놓으려 했다.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었다. 아버지가 2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실 때보다 더 충격이 컸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 의지하던 분이었다. 아버지로 내가 기댔다. 그런데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석지현 역시 "작년 이맘때라는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산소에 며칠전에 다녀왔는데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 휴대폰 번호도 못지웠다.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지난해 힘드셔서 어디 쉬러 가셨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신 감독을 그리워했다.
최보민과 석지현은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신 감독이 함께 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최보민은 "시합 끝나고 나니 그래도 우리와 함께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했다. 석지현은 "힘들 때 고비마다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분명히 도와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