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8강리그 마지막 상대는 카타르다.
이미 한국은 2전 전승을 거두며 조 2위를 확보, 4강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8강 리그는 두 조로 나뉘었다. 한국은 카타르, 필리핀, 카자흐스탄과 함께 H조에 속해있다. 반대편 G조에는 이란, 중국, 일본, 몽골이 속해있다.
한국은 조 1위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H조 1위가 유력한 이란과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 1위를 하더라도 G조 2위 가능성이 높은 중국 혹은 일본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때문에 그들과의 준결승도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란을 피한다면 결승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한국은 8강리그 마지막 경기인 카타르전을 꼭 이겨야 한다.
문제는 카타르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마커스 다우잇의 '태업성 플레이'로 전력 자체가 약화된 필리핀보다 더 강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 참가한 카타르의 전력은 베일에 쌓여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프로팀과 세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모비스와 카타르의 경기를 관전한 유재학 감독은 일찌감치 "카타르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실제 카타르는 8강리그 1차전에서 77대68로 필리핀을 격침시켰다.
카타르의 베스트 5는 해롤드 왓슨(포인트가드) 무사 다우드(슈팅가드) 술리만 압디(스몰포워드) 에르판 알리 사에드(파워포워드) 유세프 모하메드(센터)로 구성돼 있다.
핵심적인 식스맨으로는 대표팀의 정신적인 지주 이스마엘 무사와 포인트가드 아티프 엘하다리, 2m대의 장신포워드 셀림 압둘라, 압델카데르 살렘으로 이뤄져 있다.
카타르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대비, 대거 귀화한 선수들과 함께 최근 새로 가세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카타르는 '지는 해'였다. 2005년 이후 무사 다우드, 이스마엘 무사 등이 중심이 된 귀화선수들을 주축으로 중동의 농구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들은 노쇠화됐다. 무사 다우드는 떨어지는 운동능력에 비해 과도한 볼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선수. 아시아 정상급 스몰포워드였던 이스마엘 무사는 팀이 혼란스러울 때 간간이 나서는 식스맨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때문에 카타르는 1대1 개인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수비 로테이션과 트랜지션 게임에서 느린 팀으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실제적인 전력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완전히 변했다. 일단 기동력을 보강했다. 카타르의 주전 포인트가드 헤롤드 왓슨은 뛰어난 테크닉과 순발력, 돌파능력, 3점슛을 갖춘 포인트가드다. 왓슨의 가세로 카타르의 기동력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술리만 압디는 대표팀에서 가장 슈팅능력이 좋은 선수다. 하지만 필리핀과의 경기 초반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코트에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전에 뛸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카타르는 상황에 따라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왓슨의 파트너는 아티프 엘하다리다. 두 선수 모두 1m80의 높이는 작지만, 뛰어난 순발력도 드리블 능력, 그리고 날카로운 골밑돌파력을 가지고 있다. 패스능력도 상당하다. 때문에 그들을 중심으로 공격은 이뤄진다. 골밑에서 가장 경계할 선수는 유세프 모하메드다. 2m5의 모하메드는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골밑 몸싸움에 능하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러운 슛터치다.
카타르는 필리핀과의 3쿼터 초반 5개의 3점포를 터뜨리며 완벽히 승기를 잡았다. 당시 모하메드는 4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필리핀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의 느린 몸놀림과 좁은 수비존을 공략한 결과물이었다. 그는 골밑 슛 뿐만 아니라 미드 레인지 점프슛도 능하다. 페이드 어웨이 슛을 던지기도 한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긴 하다.
한국 센터진이 그에게 3점슛을 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한국의 빅맨들은 외곽의 수비력이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그의 파워에 대항할 수 있는 골밑 전투력이 필요하다.
내외곽이 안정적인데다, 수비력 역시 수준급이다. 그리스 출신의 프락키아스 감독의 용병술도 무시할 수 없다.
그의 필리핀전 게임 플랜은 훌륭했다. 다우잇의 약점을 공략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벤치에서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자, 집요하면서도 숙련된 2대2, 3대3 플레이로 필리핀의 약점인 골밑을 공략했다.
유재학 감독도 "카타르 벤치의 경기운영이 노련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수비 조직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세밀한 약점은 있다. 여전히 기본적으로 수비 로테이션은 빠르지 않은 편이다. 문태종과 조성민의 외곽포 감각이 유지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외곽수비다. 게다가 공격은 약간 단조롭다. 조직력을 많이 강화시켰지만, 여전히 포워드진들의 1대1 돌파가 많다. 때론 무리한 돌파가 이어진다. 한국의 정돈된 골밑 더블팀 디펜스가 가동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베일에 쌓여 있는 부분은 지역방어에 대한 대처다. 유 감독이 가장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연습경기에서도 카타르는 지역방어에 대해 대처가 많이 늦는 단점이 있었다.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른 카타르. 쉽지 않지만 해볼 만한 상대다. 오히려 한국의 팀컬러에는 필리핀보다 덜 까다롭게 느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