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일본의 전력은 이광종호를 넘을 만한 수준일까.
일본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21세 이하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겨냥했다. J-리그 1, 2부에서 활약 중인 20~21세 선수들로 대표팀을 채웠다.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발탁 논의도 있었지만, 영건들로만 출격하기로 결정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A대표팀 감독을 보좌 중인 데구라모리 마코토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은 쿠웨이트와 네팔을 대파했다. 하지만 최대 경쟁상대로 지목된 이라크와의 맞대결에서는 힘, 기량 모두 열세를 보이면서 1대3으로 완패했다. 조별리그에서 2승1패, D조 2위로 16강에 올랐으나 일본 언론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16강전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4대0으로 대승하면서 8강에 진출했다.
그동안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로는 1m94의 장신 공격수 스즈키 무사시(니가타)가 꼽혔다. 소속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찰 정도로 기량이 출중한 선수다. 특히 장신을 활용한 고공 플레이가 위력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움직임의 파괴력이 떨어졌고, 스피드에 약점을 노출하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에 자주 걸리는 모습이었다. 스즈키보다 돋보인 선수는 1m64의 단신 나카지마 쇼야(도야마)였다. 작은 키에도 상대 수비 2~3명은 여유롭게 따돌릴 만큼 뛰어난 개인기를 선보였다. 왼쪽 윙어지만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웠다.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 공격을 주도했다. 박주호(27·마인츠)의 그림자 수비가 필요해 보인다. 활발한 오버래핑을 펼치는 좌우 풀백 아키노 히로키(가시와)와 무로야 세이(메이지대)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
일본은 빠른 패스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중앙돌파, 탄탄한 기본기와 왕성한 활동력을 앞세운 조직력이 강점이다. 그러나 역습에 취약하고 최전방 공격라인의 조직력이 우수하지 못했다는 게 단점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광종호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 고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국을 꺾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과연 데구라모리 감독이 90분 경기를 마치고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