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의 최고수들이 모이는 무대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천시청 소속의 사우디 대표팀?
19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는 이색 광경이 연출됐다. 체조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 사연은 이렇다. 사우디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인천에 도착해서야 체조복이 도착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조직위를 통해 수소문을 하던 사우디 대표팀은 결국 인천시청 소속 선수들의 체조복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연습을 마친 사우디 대표팀이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뻔했으나 다행히도 경기 당일 원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다른 종목 입국 선수들을 통해 받았거나 아니면 국제 특송 서비스를 이용해 유니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정이 헛갈려요
북한 선수들은 규정을 제대로 숙지 하지 못해 울상을 지었다. 여자 역도 69㎏급에 출전한 북한의 려은희는 24일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30초 룰'에 걸려 의미 없는 용상 3차시기를 해야했다. 인상에서 121㎏를 든 려은희는 용상 2차시기에서 140㎏을 들어올리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3차시기가 문제였다. 용상에 강한 '라이벌' 중국의 샹옌메이를 고려해 려은희는 최소 147㎏을 들어야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려은희는 신청한 141㎏ 대신 중량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존 신청한 무게를 높이려면 자신의 이름이 호명이 된 후 30초 이내에 변경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에 걸렸다. 결국 기존 무게인 141㎏에 도전했다. 려은희는 가볍게 141㎏을 들었지만 이미 금메달이 좌절된 후 였다. 자신의 실수로 금메달 도전이 실패한 려은희는 어두운 표정으로 은메달을 받아야 했다.
또 양궁에 나선 김 철(북한)은 23일 열린 리커브 예선라운드에서 기록지에 엔드별 총점을 적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며 규정대로 '0점'을 받았다.
▶금메달 따고도 벌금 문 일본 사이클 선수
금메달은 최고의 영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규정을 위반, 벌금을 문 선수가 있다. 일본 사이클의 나카가와 세이치로는 24일 열린 남자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나카가와는 우승을 확정한 뒤 몸에 일장기를 망토처럼 휘감은 채 뒤따라 들어와 은메달을 획득한 가와바타 도모유키와 함께 트랙을 돌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심판들은 그들에게 곧바로 벌금 50달러(약 5만1천원)의 징계를 내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대표팀 팀닥터에 따르면 징계가 내려진 이유는 이들이 트랙용에서 도로용 사이클로 바꿔 타고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가와바타는 "도로용이 트랙용보다 세리머니를 하기 더 편해서 그렇게 했다"며 "징계가 내려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죄송하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