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8강전에서 만날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21세 이하 대표팀을 파견했다. 미래를 내다봤다. 아시안게임 메달색보다 2년 뒤 브라질에서 펼쳐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대비한 포석었다. 테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없이 20~21세 선수들만 데리고 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1패를 당했다. 객관적인 전력에 앞선 쿠웨이트와 네팔은 가볍게 꺾었지만, 이라크에 덜미를 잡혔다. 2승1패(승점 6)를 기록한 일본은 D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은 25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C조 1위 팔레스타인과 16강에서 충돌했다. 이미 결론은 나있었다. 예상대로 일본은 4대0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통해 일본의 전력을 해부해 봤다.
이날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테구라모리 감독은 원톱에 스즈키 무사시를 두고 좌우 윙포워드에 나카지마 쇼야와 노츠다 가쿠토를 기용했다. 미드필더에는 엔도 와타루를 비롯해 하라카와 리키, 오시와 료타를 배치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아키노 히로키-우에다 나오미치-이와나미 타쿠야-무로야 세이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니에가와 아유미가 꼈다.
일본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이 정상적인 플레이 대신 밀집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일본은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상대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선제 결승골은 경계해야 할 장면이었다.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중앙을 허물어 만든 작품이었다. 전반 17분 스즈키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엔도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을 돌리다 장신(1m94)의 스즈키가 포스트 플레이로 중심을 잡아준 뒤 쇄도하는 선수들을 활용하는 플레이가 제대로 먹혔다.
일본은 조직력을 앞세우는 팀이다. 성인대표팀부터 연령별대표팀까지 일관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21세 이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탄탄한 기본기와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였다. 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빠른 패싱력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도 탈압박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경계해야 할 선수는 공격수 나카지마였다. 이날 좌측 윙포워드로 나선 나카지마는 1m64의 단신이지만, 출중한 개인기를 갖추고 있었다. 2~3명은 쉽게 제치는 모습이었다. 프리롤에 가까웠다. 공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재성(22·전북) 또는 박주호(27·마인츠)의 그림자 수비가 필요해 보였다. 또 활발한 오버래핑을 펼치는 좌우 풀백 아키노와 무로야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
수비진에선 우에다의 안정된 리드가 좋았다. 오츠고교 졸업 후 지난해 가시마 앤틀러스에 입단한 우에다는 여유로운 수비로 팔레스타인의 빠른 역습을 차단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본에 대해서는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우선 빠른 역습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공격수들을 전진 배치한 점도 있지만, 상대 빠른 역습에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골결정력도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었다. 4골을 폭발시켰지만,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인 팔레스타인이었다.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 스즈키의 움직임은 파괴력이 떨어졌다. 스피드에서 약점을 보이며 자주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여기에 쉬운 득점루트인 세트피스에서도 이렇다할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화성=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