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함께한 단체전 금메달이 개인전 금메달보다 훨씬 기뻤다."
인천아시안게임 남자펜싱 에페 2관왕, '훈남' 정진선(30·화성시청)은 진정한 팀 플레이어였다. 개인전에서 절친 후배 박경두를 꺾고 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승리의 기쁨만큼 박경두를 향한 미안함도 컸다. 단체전 결승에선 박경두, 박상영, 권영준 등 후배들과 함께 일본을 25대21로 꺾으며 2관왕에 올랐다. 짜릿한 승리였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 이어 단체전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200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앞만 보고 달려온 맏형은 단체전 금메달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지난 10년간 흔들림없이 펜싱2강 코리아의 쾌거를 이끌어온 정진선에게 인천아시안게임 2관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정진선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각오로 절실하게 뛰었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단 2명만 출전하는 개인전에서는 선배 정진선, 박경두가 나섰다. 후배 권영준, 박상영과 함께한 단체전, 정진선은 개인전보다 더 절실했다고 했다. 개인전 결승 은메달을 건 박경두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었다. 권영준 등 함께 땀흘린 후배들과 함께 따는 금메달을 원했다. 무엇보다 "막내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막내 박상영의 금메달 '병역특례'를 떠올렸다. 지난해 경남체고 3학년때 대표로 선발된 박상영은 시니어 첫해였던 올시즌 이미 세계랭킹 3위를 찍었다. "상영이처럼 좋은 선수가 군대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자고 다같이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단체전 '말번'의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부담스러운 자리를 '맏형' 정진선은 묵묵히, 그러나 든든히 지켜냈다. 9라운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정진선은 미노베에게 20초동안 3번을 잇달아 찔렸다. 1점차까지 추격 당했다. 1분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악시옹 시뮬타네(동시공격)로 점수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20-19로 앞서던 경기 종료 22초 전 정진선의 칼끝이 미노베의 몸통을 찔렀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25대21로 이겼다. 대한민국 남자에페 '팀'의 승리였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번째 출전하는 안방 아시안게임에서 맏형으로서의 책임감, 펜싱 강국의 부담감을 이겨냈다.
정진선은 노력파 에이스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완벽하게 준비했다. 인천아시안게임 한달전부터 매일밤 1~2시간씩 이미지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협회에서 보내주는 대회와는 별도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소속팀 화성시청의 도움을 받아 자비출전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월26일 자신의 생일에 출전한 이탈리아 레냐노월드컵 펜싱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인천에서의 승전보를 예고했다.
서른살 정진선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공부하는 선수'의 길을 희망하고 있다. "지도자, 교수, IOC 위원, 국제심판 등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생각할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했다.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02학번인 정진선은 지난 10년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만 전념했다. 4학년 졸업까지 아직 한학기가 남아 있다. "모교 경희대에서도 경기력을 위해 많이 신경써주신다.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