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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한국 '펜싱 강국'로 거듭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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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2강'에 올랐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투톱으로 우뚝 섰다.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영웅'들이 이번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절정의 실력으로 피스트를 '평정'했다.

25일 여자 에뻬 단체전 은메달, 남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추가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땄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세운 최다 금메달 기록인 7개를 넘어선 쾌거다.

이처럼 펜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까지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협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의 힘이 컸다. 대한펜싱협회장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열정적인 지원이 선수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손 회장은 펜싱 코리아의 미래인 '비전 2020'을 구축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년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 펜싱의 비전이 그려졌다. 매년 11억~13억원을 유럽 전지훈련 및 해외 월드컵 경기 참가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 선수들은 1년에 6개월 이상 루마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머물며 선진 펜싱을 체득했고, 빈번한 대회 참가를 통해 '피스트 울렁증'을 없앴다. 또 국제 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올라갔다. 상위권에 들어가면서 예선없이 결선에 전념,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손 회장은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영화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손 회장은 평소 '필사즉생'의 각오로 '백전백승'했던 충무공 이순신의 지략과 기백을 자주 언급해왔다. 펜싱도 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기량으로 '백전백승'하자는 이야기를 선수, 코치진에게 주문했다. 신아람은 "종전까지는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종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다는데 의미를 뒀다"면서 "하지만 이젠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메달을 따야한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됐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지원이 좋아지자 선수들은 훈련에 매진했다. 태릉 선수촌 내에서도 펜싱 대표팀의 훈련량은 엄청나다고 소문이 나있다.

'새벽 6~7시 아침식사, 오전 9~12시 점심식사, 오후 2시30분~5시30분 저녁식사, 밤 8~9시 취침.' 펜싱대표팀의 훈련시간표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모두 훈련이다.

여기에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명 '한국형 발 펜싱'이다. 태생적으로 팔이 길고 손기술이 좋은 유럽선수들을 상대로 손만 갖고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체격조건이 좋은 경쟁국들에 맞서 빠른 발과 거리조절 등 감각을 키우는 훈련에 골몰했다. 많은 움직임에 필요한 체력과 하체 강화를 위해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옥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스포츠 과학도 접목됐다. 정진욱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펜싱이 3분 3회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착안해 무산소능력과 유산소능력을 둘다 올리기 위한 훈련 방법을 고안했다. 그래서 나온 것은 스텝 훈련이다. 스텝 훈련은 주로 준비 운동으로 활용됐다. 선수들은 음악 비트에 맞춰 자기 몸을 컨트롤하고, 팔과 다리를 동시에 쓰는 협응성을 높였다. 이 훈련법은 7월 카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 시작됐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라진은 새롭게 도입된 스텝 훈련의 최대 수혜자였다. 정 박사는 "라진이는 파워가 좋았지만, 대신 부드러움이 떨어졌다. 스텝 훈련 후 몸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다. 전체적인 지구력과 체력을 배분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펜싱 코리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고양=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