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를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은 몽골 대표팀의 선전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몽골은 세계랭킹 순위에 올라있지도 않는 농구 불모지로 알려져 있다. 국제대회 경험이 일단 적다. 또 붙었다 하면 큰 점수차로 지기 일쑤였다.
그랬던 몽골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농구를 놀라게 만들었다. 홍콩을 잡았다. 몰디브를 112대54로 대파했다. 그럴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쿠웨이트와 팽팽한 접전 끝에 1점차(81대82)로 졌다. 본선에 올라와 가진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28위 요르단을 83대74로 잡았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24일 한국전에선 비록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져 67대90으로 졌지만 전반에 태극전사들을 혼쭐냈다. 한국이 두번째 희생양이 될뻔했다.
외신 기자들은 몽골 선수들이 어떤 여건에서 훈련하는 지 궁금했다. 오돈바타르 바야초그 감독과 주장 포워드 바투신 빌궁(한국명 이용)이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현실에 대해 살짝 공개했다.
현재 몽골엔 실업농구 수준의 리그가 있다고 한다. 1994년 출범했다. 총 7팀이 참가하고 있다. 오돈바타르 감독은 "한국 같은 프로리그 수준은 아니다. 프로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몽골 대표 선수들은 전부 풀 타임 농구 선수들이 아니다.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07년 한국에 와서 농구 유학을 하고 돌아간 바투신 빌궁은 "몽골 선수 중에 프로 농구 선수는 없다. 은행원 등 사무직에 종사하면서 운동을 한다. 절반은 일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훈련을 한다"고 했다. 마치 잉글랜드의 하부리그 축구 선수들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생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구 훈련에 하루의 전부를 쏟아부을 수 없다. 오돈바타르 감독은 "하루에 훈련 시간이 2시간 정도 된다.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해서 일을 다 하고 오후에 모여서 훈련을 한다. 리그가 있을 때는 1주일에 몇 경기 시합을 한다"고 말했다.
국가를 대표해서 이렇게 아시아게임에 출전하더라도 별도의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소속팀에서 받는 월급이 전부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몽골 농구는 매일 매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화성=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