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속의 1%가 되겠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한 김재범(29·한국마사회)의 소감이다. 김재범은 21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그랜드슬램은 전세계의 1%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1%가 되고 싶다. 앞으로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범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전세계 1%가 됐다. 한국에서 이원희 현 여자대표팀 코치와 김재범, 단 두명이 보유한 기록이니 엄밀히 얘기하면 1%가 채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김재범은 정 훈(현 중국대표팀 감독·1990년, 1994년) 황희태(현 여자 대표팀 코치·2006년, 2010년)에 이어 역대 한국 선수 세 번째로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뒤 더 좁은 바늘 구멍을 얘기했다. 1%의 1%, 즉 0.01%다.
김재범이 '1%의 1%'를 처음 목표로 잡은건 2013년이다. 원래 그의 유도 인생 최대 목표는 그랜드슬램이었다. 27세에 모든걸 이뤄냈다. 기쁨은 잠시였다. 17년 넘게 품어온 꿈이었지만 막상 목표에 도달하니 허망했다. 온 몸은 성한데가 없었다.
김재범은 잠시 도복을 벗었다. 1년 가까이 치료와 재활에 매진하며 운동을 쉬었다.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이 근질거렸다. 다시 매트로 복귀하기 위해서 김재범은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1%의 1%'였다. "난 아직도 유도에 대해 욕심이 난다. 한번 유도를 시작했으니 이 종목의 끝이 어디인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그만둘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유도에 대해서만큼은 후회할 일을 남기고 싶지 않다.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유도 선수로 이뤄낼 수 있는 모든 기록에 나의 이름을 적어 넣고 싶다."
다 이뤘기에 남들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생각했다. 첫 단계가 2014년 아시안게임이었다. 개인전 2연패보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더 욕심을 냈다. 한국 유도 최초의 아시안게임 2관왕 및 최다 금메달 획득이다. 이를 위해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김재범은 우승 기쁨도 누릴새 없이 바로 몸관리에 돌입했고 23일 단체전에서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범은 바람대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낸 '최초'의 한국 유도 선수가 됐다. 김재범은 단체전 시상대에 올라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최초로 3개의 금메달을 딴 선수'라는 자부심이었다. 유도 단체전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된 덕분에 '최초' 2관왕의 영예도 갖게 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더이상 이뤄낼 것이 없지만 김재범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김재범은 "다 이뤘을 때 항상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고 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을 잘 끝냈으니 올림픽을 위해 뛰어야 한다.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해야 진짜 1%속의 1%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