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3위,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추락한 한국 축구의 위상은 국제축구연맹(FIFA) 9월 랭킹에 그대로 반영됐다. 반세기 동안 아시안컵 우승과 멀었던 한(恨), 8회 연속 진출한 월드컵에서의 눈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다시 '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승리 뿐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슈틸리케호의 철학은 '승리'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0·독일)은 이미 승리를 향한 길을 걷고 있다. 취임 발표 직후 방한해 A매치 및 K-리그를 관전했고, 유럽파 점검 등으로 동분서주 했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FIFA랭킹 상승을 첫 목표로 꼽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의 목적은 조금씩 랭킹 포인트를 쌓아 FIFA 랭킹을 올려 상위권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다음 달 파라과이전부터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라과이전 승리를 위한 조합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으로 건너간 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들을 점검했다. 친분이 있는 마르쿠스 바인치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과 직접 만나 수비수 홍정호(24)의 상태를 체크했다. 마인츠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25)과도 만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바인치를 감독과 대화를 나눈 결과 홍정호는 정상적인 몸상태로 준비를 하는 단계다. 구자철은 부상했으나 최근 경기에 나섰던 만큼 대표팀에 다시 승선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핫가이' 이승우(16·바르셀로나), 소속팀을 찾지 못한 박주영(29)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승우는 최근 막을 내린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가공할 기량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박주영은 자유계약(FA)신분으로 유럽무대를 노크 중이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이승우에 대해 점검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지금 내가 평가를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승우는) 지금 중요한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볼 생각이다. 축구는 인생과 같다. 성장 단계를 차분히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을 향한 시선은 단호했다. "선수는 경기에 뛰는 게 중요하다. 팀을 찾고 감각도 끌어 올린 뒤에야 (A대표팀) 선발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팀을 찾지 못하고 경기력도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 선발을 논하는 것은 부정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 머물렀던 홍은동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다. 2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릴 홍콩과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16강전을 비롯해 주말 K-리그 클래식 등을 관전하며 선수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입국한 카를로스 아르모아 수석코치(65·아르헨티나)도 한국에 머물며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 중인 슈틸리케 감독의 부인과 2명의 자녀들은 내달 입국해 슈틸리케 감독과 생활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어떤 기량을 갖추고 있고, 어떻게 평가 받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모아 수석코치는 "슈틸리케 감독과 다시 만나 한국에서 일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한국이 강호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