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은 1쿼터 3분30초를 남기고서야 코트에 들어섰다.
1쿼터 단 하나의 득점도 없었다. 3점슛 하나를 시도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마치 시동을 거는 듯 했다.
2쿼터 문태종은 깨끗한 오세근과의 픽&롤로 득점을 도왔다. 자신의 '원맨쇼'의 서막을 알리는 몸놀림이었다.
2쿼터 1분34초 첫번째 3점포를 터뜨렸다. 36초 뒤 또 다시 깨끗한 3점포를 꽂았다. 24-9로 앞서 있던 한국은 문태종의 3점포 2방으로 요르단의 기세를 완벽히 제압했다.
요르단은 포인트가드 알 소우스의 연속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문태종은 또 다시 오세근과의 2대2 플레이로 3점포를 꽂아넣엇다.
2쿼터에만 무려 6개의 3점포를 터뜨리며 요르단 코트를 맹폭했다. 3점슛 시도도 6개였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는 50-25. 더블 스코어였다. 문태종은 2쿼터에만 18득점을 몰아넣으며 해결사의 진면목을 보였다.
문태종의 맹활약은 팀동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3쿼터 조성민이 3개의 3점포를 몰아넣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74-42, 32점차로 앞선 채 3쿼터를 끝냈다. 사실상 승부는 결정된 상황이었다.
이날 승리는 의미가 있다. 대표팀 전체적인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 대표팀의 전체적인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농구월드컵에서 5전전패. 부작용이 있었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자신감을 빨리 찾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예선 1차전 몽골전에서 그 여파가 있었다. 90대67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요르단전에서 전환점을 마련했다. 농구월드컵을 거치면서 개개인의 테크닉 변화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김종규와 이종현의 외곽 수비가 부드러워졌다. 아직도 2% 부족하지만, 대표팀 소집 초기보다는 많이 발전했다.
전체적으로 몸싸움에 대한 대처능력이 향상됐다. 2000년대 중반 한국농구는 '촌스러웠다'. 부쩍 강해진 국제대회 몸싸움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자심 라이트, 오사마 더글라스 등 귀화선수가 포진했던 요르단은 중동의 강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귀화선수 출전제한에 따라 자국 선수들이 주축이다. 전력 자체가 그리 강하진 않지만, 중동 특유의 거친 몸싸움은 여전하다. 그런데, 한국은 '농구월드컵'이라는 예방주사를 맞고 전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종현 김종규의 골밑 몸싸움 능력이 향상됐다. 기본적으로 피하려는 몸동작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 가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르단의 우직한 몸싸움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변화다. 결국 별다른 위기없이 요르단을 압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한국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D조 예선 2차전에서 요르단을 98대69로 대파했다. 한국은 2연승으로 D조 1위, 8강 리그에 올라갔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