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은 치욕을 당했다.
2009년 텐진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란에게 완패, 아시아 맹주 자리를 내준 중국.
귀화선수의 물결 속에서 8강에서 탈락했다. 야오밍과 왕즈즈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이끌던 중국과는 달랐다.
한국에 패하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 결국 8강에서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를 앞세운 대만에게 78대96, 완패를 당했다. 대만에게 당한 패배라 충격은 2배였다.
그 뒤 중국은 두문불출했다. 3위 이내 입상하지 못해 농구월드컵 자동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초청팀 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 대표팀은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는 25세의 리 시아오유. 평균 연령은 21.9세.
카자흐스탄을 76대59로 가볍게 물리친 중국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대만을 만났다.
매우 흥미로운 매치. 세대교체를 단행한 중국의 진정한 전력을 볼 수 있는 게임이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치욕을 갚기 위해 중국은 총력전을 펼쳤다.
중국이 59대58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다.
▶전반전
2m6의 스몰포워드 조팽의 3점포로 깔끔하게 시작한 중국.
1쿼터는 포인트가드 구오 아이룬의 분전이 돋보였다. 1m92, 20세에 불과한 신예 포인트가드 구오 아이룬은 날카로운 돌파능력을 선보였다. 잇따라 대만의 골밑을 돌파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조금씩 점수 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1쿼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이었다. 센터 왕저린과 파워포워드 리 시아오수 뿐만 아니라 조팽, 딩 양유항까지 리바운드에 가담하며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런데 2쿼터 갑자기 중국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만의 기습적인 풀코트 프레스와 하프라인 더블팀 때문이었다.
중국은 볼 운반을 대부분 주전 포인트가드 구오 아이룬과 백업 포인트가드 리우 시아오유(경기기록지에는 포워드로 기록돼 있지만, 포인트가드다.)에 의존했다. 그들의 드리블 능력은 수준급이었지만, 대만의 더블팀을 자유자재로 뚫고 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공격 템포가 끊어지자, 중국은 수비에서도 혼란스러워졌다. 간간이 백코트에 약점을 보이며 어이없는 속공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런 약점을 대만 포인트가드 케 치 하오가 공략했다. 2쿼터 1분49초부터 약 5분간 중국은 무득점. 그 사이 대만은 연속 12득점을 올렸다. 22-21로 대만의 역전.
하지만 전열을 정비한 중국은 왕저린의 골밑득점을 시작으로 다시 반격했다. 조 팽의 3점포가 터졌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중국이 압박수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위기탈출의 시발점을 잡았다는 점이다. 즉, 중국 공루밍 감독은 확실한 득점원이 없는 약점을 젊은 선수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활용한 수비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후반전
조금씩 힘의 차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높이가 뛰어난 중국 공루밍 감독은 활발한 멤버 교체로 체력분배를 했다.
구오 아이룬은 거침없이 돌파를 시작했다. 매우 공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만의 수비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2m14의 왕저린이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높이가 뛰어나지만, 순발력과 공격 테크닉은 부족했다. 그런데 우직하게 힘으로 밀고 들어가 두 차례의 포스트업 공격을 성공시켰다. 투박하지만, 확실히 한국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 있는 왕저린의 골밑공격.
하지만 중국의 공격력이 효율적이진 않았다. 특히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3쿼터까지 중국의 3점슛 성공률은 19%(16개 시도 3개 성공)에 불과했다. 결국 경기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었지만, 스코어 차이는 그리 많이 나지 않았다. 3쿼터가 끝난 뒤 중국은 47-38로 앞섰다. 하지만 추격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었다.
결국 화근이 됐다. 4쿼터 대만은 수비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4쿼터 중반 중국은 24초 공격제한 시간에 걸렸다. 대만의 기습적인 풀코트 압박수비로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자 중국은 급격히 분위기가 떨어졌다. 반대로 대만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만 순 웬팅, 타이 웬 청, 루 첸 주가 효과적인 미드 레인지 슛으로 반격했다. 결국 경기종료 1분33초를 남기고 58-56, 중국의 2점차 리드. 조 팽은 자유투 2개를 얻었지만, 1개만을 성공시켰다. 대만은 리우 쳉이 두 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59-58, 중국의 1점차 리드. 남은 시간은 5.2초. 중국은 인바운드 바이얼레이션을 범했다. 대만은 마지막 공격은 끝내 실패했다.
중국은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설욕전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