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정에는 '어떤 것도 머리에 두르고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돼 있다. 일부 농구 선수 중에는 헤어밴드를 착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럼 이슬람 여성들이 사용하는 히잡(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가리개의 일종)을 착용하고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 FIBA의 현행 룰 대로라면 불가하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 여자농구대표팀이 24일 인천아시안게임 예선 조별리그 몽골전에서 히잡 착용 문제 때문에 기권했다. 그 바람에 몽골은 경기를 하지도 않고 20대0 기권승을 거뒀다. 그 경기 관전을 기다렸던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 내 농구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타르 선수단 측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히잡을 벗고는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대회 주최측은 인천아시안게임은 FIBA 룰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히잡 착용을 한 상태로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그 결과 카타르는 몽골전을 포기했다. 카타르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 전에 주최측에 히잡 착용에 대해 문의했는데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대회 주최측은 현행 룰에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팬들은 히잡을 착용한 이슬람 국가 선수가 축구 배구 핸드볼 우슈 육상 등의 경기를 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런데 현재 농구는 금지하고 있다. FIBA의 금지 논리는 이렇다. 농구는 신체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스포츠다. 부상의 위험을 줄이자는 차원이다. 히잡이 몸싸움 도중 목 등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이 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보고 있다. 배구나 핸드볼 같은 다른 종목에선 농구 처럼 관련 규정이 없다고 한다.
히잡은 국제 스포츠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돼 왔다. 프랑스 같은 국가에선 오히려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를 들어 히잡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이슬람 여성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카타르의 경기 기권에 관심을 보였다. AP와 AFP 등이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FIBA도 히잡 착용을 허용해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험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FIBA는 내년 정도에 히잡 착용을 가능하게 하는 걸 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FIBA가 히잡 착용이 어떤 부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걸 해보고 난 후 결과치를 갖고 문제가 없을 경우 히잡 착용을 열어주는 쪽으로 가는 게 스포츠 세계에선 맞다고 말한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농구 종목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 부상의 위험이 있다면 히잡 착용을 막아야 하겠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없다고 판명이 나면 풀어주어야 한다"면서 "이번 대회는 아시아인들의 화합의 스포츠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히잡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 경기를 해보지도 못하고 기권하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