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의 5부 능선을 넘었다. 사실상 최대 난적인 대만을 물리쳤다.
24일 대만전 승리는 한국에 많은 의미를 안겼다. 초반 타선의 맹타로 자신감을 얻었고, 선발 양현종 역시 타자들의 득점지원에 힘이 나 가볍게 공을 던졌다. 그런데 양현종은 4이닝만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점차에 5회만 채우면 승리투수가 눈앞이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양현종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경기가 끝난 뒤 류 감독은 양현종을 일찌감치 강판시킨 이유를 밝혔다. 바로 '결승전 대비'였다. 이날 정확히 60구를 던진 양현종은 3일을 쉬고 28일 결승전서 불펜에 대기한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양현종의 활용은 대만전으로 한정되는 듯 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대표팀 합류 전 통증 완화 주사를 맞았다. 대표팀 소집 후 초반 양현종이 투구를 거른 이유였다.
몸상태가 완전치 않지만, 양현종은 대표팀 원투펀치로서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 결과 금메달까지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조별예선 대만전에 배치됐다. 단 한 경기지만, 양현종의 가치는 컸다.
그런데 생각보다 싱겁게 대만전이 끝이 났다. 대만 입장에서도 조별예선에서 힘을 빼기 보다는 다가올 준결승과 결승을 대비하는 편이 낫다고 본 것 같다. 류 감독 역시 승부가 기울자, 양현종 카드를 결승에 내세울 결심을 굳혔다.
양현종은 불펜 경험이 있다.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아줄 투수다. 대만 타자들이 강력한 왼손투수에 약점을 보였기에, 결승전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될 경우 선발 김광현의 힘이 통할 수 있다.
대만은 주전 중 좌타자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첫 경기인 홍콩전에서 6명의 좌타자를 배치한 대만은 24일 한국전에서는 왼손 양현종을 맞아 5명을 내보냈다. 좌타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왼손투수는 선발 김광현, 양현종과 불펜에선 차우찬과 봉중근이 있다. 대만전에서 선발 양현종의 뒤를 이은 차우찬도 2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한 호투를 펼쳤다. 봉중근은 믿음직스러운 대표팀의 마무리다. 만약 양현종 불펜카드가 결승에서 현실화된다면, 왼손투수 4명으로 총력전이 가능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