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하나의 사실. 타자들의 타격 테크닉은 많이 떨어진다.
대만 얘기다. 조별 예선 홍콩과 태국전. 대만은 7회까지 경기를 끌고 가야만 했다. 홍콩과 태국 투수들의 느린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대 느린 공은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타석에서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실력이다. 그런 점에서 대만의 젊은 타자들의 타격 테크닉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뤼밍츠 대만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말을 극도로 아낀다. 때문에 대만 타선에 대해 가벼운 칭찬 외에는 구체적인 코멘트를 듣기 힘들다.
대만 취재진들은 "확실히 타격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대만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조별 2차전에서 0대10으로 완패했다. 8회 콜드게임 패배였다. 타선은 무기력했다.
양현종을 비롯한 한국 투수진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대만-홍콩전을 치른 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야수보다는 투수가 더 뛰어난 것 같다. 타자들 중에서 지난 WBC 대표는 3명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한국이 가장 경계할 부분은 대만의 투수, 특히 선발 투수들이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3명이다.
당초 한국전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쟝사오칭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루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 150㎞대 패스트볼과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선수. 실질적인 에이스 후즈웨이도 있다. 미네소타 싱글 A에서 뛰고 있는 후즈웨이도 있다. 그는 준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만 입장에서는 일본과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준결승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결승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대만 코칭스태프의 투수 운용이다. 루밍츠 감독은 향후 선발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취재진들 뿐만 아니라 대만의 취재진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대만의 취재진들은 "투수진 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붙이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전에서 왕아오린이 출전했다. 당초 대만 대표팀에서 롱릴리프로 뛸 것으로 보이는 선수였다. 깜짝카드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기량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1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5점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사실상 승부는 선발 싸움에서 갈렸다.
반면 중간계투로 나온 천관위는 4⅓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처음부터 그가 나왔다면 접전 가능성도 있었다. 최소 8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변수가 있다. 일단 준결승 후즈웨이를 투입한 뒤 결승전에서 쟝사오칭, 천관위를 동시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다는 시나리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쟝사오칭과 후즈웨이는 소속팀에서 대표팀 합류조건이 철저한 투구수 제한이라는 얘기가 있다. 때문에 예선에서 그들을 기용하기 보다는 차라리 준결승, 결승전에서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변수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대만 타자들의 한계는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방심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대만의 감춰진 투수력이다. 8회 콜드게임 승리의 짜릿함보다 천관위에게 1득점도 뽑지 못했다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