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장안의 화제작 '왔다 장보리'를 필두로 월화극, 수목극, 주말극까지 시청률 1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올킬'이다.
월화극 왕좌는 '야경꾼 일지'가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 SBS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이 '야경꾼 일지'의 독주를 막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첫 대결에선 '야경꾼 일지'의 완승이었다. 22일 방송된 '야경꾼 일지' 15회는 시청률 10.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날 '비밀의 문' 첫 회는 8.8%였다. 그러나 이후의 판도까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비밀의 문'이 한석규와 이제훈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화제성과 완성도 면에서 경쟁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2 '연애의 발견'도 6~7%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지만, 연애에 대한 공감 가는 전개로 마니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야경꾼 일지'는 방송 초반 경쟁했던 SBS '유혹'과 KBS2 '트로트의 연인'보다 우세한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을 뿐, 사실상 그간의 월화극 3파전은 도토리 키재기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때문에 '야경꾼 일지'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에 역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KBS1 '가요무대'에 대한 장년층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상황에서, 시청률 집계 밖에 있던 시청층을 '비밀의 문'이 얼마나 흡수하느냐도 월화극 판도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에도 '가요무대'는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했다.
하지만 MBC의 수목극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열세로 평가 받던 '내 생애 봄날'이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 시청률 8.1%로 출발해 4회가 방송된 18일에는 11.1%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KBS '아이언맨'(5%)과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7.5%)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멜로드라마지만 판타지 요소가 있는 '아이언맨'이나 아이돌 드라마 색깔이 강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보다는 보편적인 소재와 내용이라 전 연령층에서 고른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의문부호가 붙었던 수영의 연기가 상당히 매끄러워 걱정거리를 덜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향후 전망은 더 밝아 보인다.
주말극은 온통 MBC 천하다. '왔다 장보리'는 요일을 떠나 전체 시청률 1위다. 착한 주인공 못지 않게 사랑받는 희대의 악녀 연민정(이유리)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막장드라마의 계보를 다시 썼다. 지난 21일 방송된 48회 시청률은 무려 37.3%. 동시간대 SBS '기분 좋은 날'과는 무려 7배 가량 차이 난다. 시청률 40% 달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후 10시대 방송되는 '마마'의 시청률도 연일 오름세다. 지난 8월 2일 시청률 9.6%로 시작해 지난 20일 15회에선 자체최고시청률 18.0%를 찍었다. 조만간 20%도 넘길 기세다. 지금껏 친구라 생각했던 여자가 사실은 남편의 옛 연인이었고, 그의 아들이 사실은 남편의 아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두 여성 캐릭터의 모성애와 진한 우정을 그리는 송윤아와 문정희의 명불허전 연기력은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같은 MBC의 선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막장드라마 제작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SBS와 달리 MBC는 막장드라마에 더 큰 힘을 싣고 있다. '왔다 장보리'는 물론이고, 지난해 온갖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오로라공주'의 작가 임성한의 신작을 또 다시 편성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월화극과 수목극의 경우 10%만 넘겨도 1위를 할 만큼 시청률 가뭄이 극심해 사실상 시청률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