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볼을 가져다놓는 손길은 신중했다.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무대다. 골키퍼와의 1대1 대결, 골대를 바라보는 눈길엔 긴장감이 넘쳤다. 50대50의 확률, 그라운드를 박차고 뛰어오르는 키커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16강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이광종호가 승부차기 연마에 본격 돌입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4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홍콩과의 16강전 대비 훈련을 했다. 패스, 미니게임 등으로 1시간 가량 몸을 푼 이광종호는 부상 중인 김신욱(26·울산) 윤일록(22·서울)을 제외한 전 선수가 나서는 승부차기 훈련을 실시했다. 번갈아 골문을 지킨 김승규(24·울산) 노동건(23·수원)도 키커로 나서는 진검승부였다. 이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조별리그를 마친 뒤) 승부차기를 잘 준비했다.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넘친다"고 밝혔다.
실전 상황과 똑같은 승부차기 훈련이 실시됐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김진수(22·호펜하임)부터 마지막 키커 김승규까지 18명의 키커가 나섰다. 4번째 키커로 나선 이용재(23·나가사키)를 제외한 모든 키커가 슛을 성공시켰다. 좌우 상단, 하단을 가리지 않고 골망을 출렁였다. 이따금 김승규와 노동건의 손에 볼이 걸리기는 했으나, 힘이 잔뜩 실린 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쾌한 슈팅부터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감각적인 킥까지 골의 향연이 펼쳐졌다.
조별리그와 달리 토너먼트에서는 무조건 승부를 가려야 한다. 90분의 승부 뒤에 전후반 각각 15분의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다. 120분 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 한다. 경기 상황이나 분위기 등 승부차기를 좌우하는 요소들은 수두룩 하다. 무엇보다 키커들의 감각이 중요하다. 24일까지 이틀 간의 승부차기 훈련에서 드러난 이광종호의 승부차기 수행 능력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골키퍼들도 대부분의 슈팅 방향을 읽어내면서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광종호는 25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홍콩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16강전을 갖는다. 홍콩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한국 63위)의 약체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이광종호의 승부차기 실력이 예상보다 일찍 빛을 발할 수도 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