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경기. 관중들도 동원된 지역 중고생들 뿐이었다. 경기를 자세히 지켜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는 태국과 홍콩 양팀 선수들은 뜨거웠다. 눈물겹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혈전이었다. 서로가 1승 제물. 그들에게는 맞대결이 결승전과 다름 없었다.
한국과 대만의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이 열릴 예정이던 24일 인천 문학구장. 한국-대만전은 오후 6시30분 시작 예정이었다. 그리고 낮 12시30분부터 같은 조에 속한 태국과 홍콩의 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대만에 연속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태국은 이 경기가 예선 마지막 경기였다. 역시 대만에 콜드게임 패를 당한 홍콩은 두 번째 경기. 한국, 대만과 비교하면 전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지는 양팀이기에 대회 1승을 위해서는 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운명이었다.
양팀 합계 26안타가 터졌고, 볼넷은 17개가 나왔다. 실책도 합쳐서 7개가 나왔다. 기록된 실책이 7개지, 보이지 않는 실책은 더욱 많았다. 경기 질로만 따지면 냉정히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경기였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양팀 모두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팀의 실력이 거의 엇비슷했다. 투수들의 평균 구속, 타격-수비 능력 등 거의 판박이였다. 그래서 경기가 재밌게 전개됐다. 태국이 1회 선취점을 내며 기선을 제압하는가 했더니, 홍콩이 타선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2회와 3회 연속 2득점씩 하며 4-1로 앞서나갔다. 그러자 태국도 질 수 없다는 듯 3회 2점을 내며 3-4로 추격을 했다. 4회초 종료 후 5-3 홍콩 리드, 4회말 종료 후 6-5 태국의 역전, 5회초 종료 후 7-6 홍콩의 재역전, 5회말 종료 후 8-7 태국이 다시 한 번 역전을 하는 숨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그러다 승기를 가져온 쪽은 태국. 태국은 6회 마운드에 오른 에이스 시라폽을 앞세워 6,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 사이 타선이 6회 3점을 내며 11-7로 달아났다. 시라폽은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회부터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깜짝 호투로 5회 콜드게임 패를 막아냈던 태국의 영웅이었다. 시라폽은 홍콩전에서도 승부처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귀중한 1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태국은 시라폽에 이어 대만전 선발로 나섰던 파누왓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태국은 8회 쐐기점 2점을 더해 13-7 스코어를 만들었다. 9회에는 차나팁이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태국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쁨을 표현했다. 홍콩 선수들도 지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양팀 선수단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 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스포츠에서는 실력, 승리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승부 이전에 순수한 열정으로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양팀 선수들이 스포츠, 그리고 축제인 아시안게임의 본질을 잘 살려줬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