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김재범(29·한국마사회)의 우승 뒤에는 부상 고통마저 참아낸 초인적인 투지가 있었다.
김재범이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레바논의 엘라이스 나시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81㎏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재범은 인천에서도 정상에 서며 정 훈(현 중국대표팀 감독·1990년, 1994년) 황희태(현 대표팀 트레이너·2006년, 2010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한국 유도 선수가 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남자 유도 최연소 그랜드슬래머가 된 김재범에게 아시아무대는 좁았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과정을 살펴보면 김재범이 얼마나 악조건에서 싸웠는지 알수 있다. 김재범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왼쪽 세번째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손가락을 구부르기 힘든 상태다. 여기에 대회를 앞두고 다녀온 일본 전지훈련에서 등에 담이 왔다. 근육이 뭉친 부위가 폐 근처라 주사 치료도 불가능했다. 근육 이완제를 맞지 못해 김재범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설상가상이었다. 김재범은 지난 19일 마무리훈련을 하다 어깨를 다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병동이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서도 한 팔과 한 다리로 세상을 메친 김재범은 인천에서도 투지를 최고의 무기로 내세웠다. 1회전에서 부전승을 거두고 16강전에 나선 김재범은 예맨의 알카브자리를 상대로 시원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남북 대결이 펼쳐졌다. 김재범은 북한의 신예인 박홍위를 상대로 가로 누르기 한판승을 거뒀다. 고비는 4강이었다. 일본의 나가시마 케이타를 상대로 김재범은 어렵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5분 동안 지도 1개씩 주고 받았고 연장에 돌입했다. 김재범은 부상 중에도 전력을 쏟아냈다. 연장 초반에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여 지도를 따냈다. 이 점수가 골든 스코어가 돼 김재범은 결승에 진출했다. 마지막 투혼이 필요한 결승이었다. 결승전 상대는 한번도 대결해보지 않았던 엘라이스였다. 세계랭킹이 59위지만 부상중인 김재범은 방심할 수 없었다. 경기 초반 엘라이스가 강하게 나오자 김재범은 덤비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상대의 지도 2개를 이끌어내며 마침내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