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완전보험 주식회사'
모처럼 볼만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등장했다.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 중인 '완전보험 주식회사'(작, 작곡 최재광, 연출 안병욱)다.
새로운 히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분투하는 보험맨들의 이야기를 날줄로, 남녀 여러 쌍의 사랑을 씨줄로 해서 드라마를 엮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러닝타임 100분 동안 무대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유쾌한 기분이 되어 극장문을 나설 수 있다.
대극장 뮤지컬과 달리 소극장 뮤지컬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 화려한 스펙터클로 객석을 압도하는 대신, 아이디어로 주제를 풀어내야 한다. '완전보험 주식회사'는 사회적 성공과 결혼이라는, 현대인에게 가장 소중한 일과 사랑의 문제를 경쾌하고 코믹하게 제시한다.
최고의 보험왕을 꿈꾸는 한보장은 야심찬 기획 아래 다이어트와 연계된 '뚱뚱 OK 보험'을 내놓지만 보기 좋게 실패한다. 그러자 한보장과 이혼한 신다정이 연구개발팀장으로 스카웃되어 함께 일하게 된다. 이들은 이혼한 사실을 숨긴 채 티격태격한다. 이들은 어렵사리 '이혼 보험'이라는 새상품을 개발하게 되는데….
사내 연애 금지조항에 따라 연인 관계를 숨기고 있는 차민준과 전지현, 이혼 보험을 타기 위해 순진한 구가혜를 유혹해 결혼하는 속물 모델 장동빈의 사연도 정신없이 얽히고 설켜가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소극장 뮤지컬에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의 1인 다역 연기 역시 쉴새없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북 뮤지컬과 콘셉트 뮤지컬의 장점을 잘 살린 구성이다.
멀티 연기의 대가인 임기홍(장동빈 역)을 비롯해 베테랑 백주희(구가혜 역)를 중심으로 배우들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홍지민 김현진(전지현 역) 정상훈 박 훈(한보장 역) 등도 뮤지컬계에서 코믹연기라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배우들이다. '대학로 소극장 사상 믿을 수 없는 캐스팅'이라는 제작사의 홍보문구가 과장만은 아니다.
관록의 디자이너들인 구윤영의 조명과 박성민의 무대 역시 소극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구성이다. 세련되고 유기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제작사의 욕심이 느껴진다.
코믹 소극장 뮤지컬의 전통을 새롭게 살려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