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이 붓을 가리면 되겠나."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심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새 글러브를 분실할 오재원이 유독 신경 쓰였다.
대표팀의 공식훈련이 진행된 20일 목동구장. 수비훈련에 나서는 오재원을 류 감독이 불러 세우고, "글러브 괜찮냐"고 물었다. 오재원은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첫 훈련 때 대회를 앞두고 새로 길들인 글러브를 잃어버렸다. 야구장을 온통 다 뒤져봐도 글러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선수들은 글러브에 민감하다. 오재원도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새 글러브를 준비해놨다. 결국 훈련 때 쓰던 글러브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류 감독은 주전 2루수를 맡아야 하는 오재원이 혹시나 글러브 문제로 고전할까봐 걱정하는 듯했다. 속으로는 걱정이 되지만, 그는 오재원에게 "아이고, 핑계 거리 하나 생겼네"라며 농담을 던졌다. 선수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농담을 한 것이다.
오재원은 "절대 실책하지 않겠다"며 그라운드로 나섰다. 류 감독은 오재원을 바라보며 "아무래도 글러브가 바뀌면 영향이 있다. 나도 경기 당일 준비했던 새 글러브가 없어진 적이 있다"며 "연습용 글러브를 갖고 경기에 나갔는데 불안해서 뛸 수가 없더라. 실전에서 잘 들어가는 느낌을 받기 위해 조금 작은 걸 쓰는데 너무 불안했다"고 말했다.
연습용 글러브를 끼고 수비훈련을 마친 오재원은 "조금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글러브를 가져간 사람이 있다면, 걸리지 않고 잘 썼으면 좋겠다"며 '글러브 도둑'을 원망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