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은 이겨내야 한다. 금메달 자신 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0년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는 28일 열리는 8강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과 2일 연달아 열리는 준결승과 결승까지, 총 세 경기만 승리하면 금메달이다.
금메달까지 3승, 게다가 맞수인 중국과 일본은 모두 1.5진이 출전한다. 대표팀 1진은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을 향한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성우호는 신중하다.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전력을 100% 오픈하지 않았다. 대회기간이 겹쳐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으로 이원화된 대표팀은 15일과 18일 두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는 2경기 모두 '언니'들의 승리. A대표팀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실력과 경험 모두 한 수 위였다.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기본 실력 자체에서 차이가 있었다.
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경기 전 "우리 걸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팀들에게 전력을 노출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15일과 18일 경기 모두 체육관이 자유롭게 개방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상대의 전력분석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생각보다 '홈 어드밴티지'는 없다. 3경기 중 2경기가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치른다. 이번 대회 농구 메인 경기장은 인천삼산체육관이다. 하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은 8강전과 4강전을 화성에서 치르고, 인천에선 결승전 1경기만 하게 됐다.
인천에 위치한 선수촌에서 화성까지는 55㎞. 차로 50분 가량 소요된다. 이동거리가 생각보다 길다. 안방인데도 이런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면 결승 상대로 예상되는 중국은 3경기를 모두 인천에서 치른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촌 입촌 역시 늦춰졌다. 대회 첫 경기 전날인 27일 선수촌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일찌감치 선수촌에 들어가봐야 훈련할 장소만 없을 뿐이다. 훈련 여건이 좋은 진천선수촌에서 최대한 훈련을 하고, 선수촌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평가전을 통해 점검할 부분은 확실히 점검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들어 이번 대회 키플레이어인 하은주를 투입해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체계적으로 몸을 만든 하은주는 현재 몸상태가 최상이다.
2m의 장신 하은주를 활용한 플레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지난달 말 체코 전지훈련 때와 비교해 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상태다. 또한 대표팀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음에도 대표팀 특유의 장기인 프레스와 트랩 수비를 가동해 빈틈을 최소화시켰다.
경기 후 위성우 감독은 "상대가 1.5진이라는 점, 그리고 홈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담감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메달 자신 있다"며 입을 열었다.
금메달을 위해선 팀 워크가 필수다. 그는 "실질적으로 대표팀 12명 중에 몇몇은 경험이 부족하다.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오랜 시간을 가져갈 수 없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점검한 하은주를 이용한 플레이에 대해선 "오늘 상대가 신장이 좋은 선수가 없어 정확한 평가가 안 된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공격보다는 골밑에서 장악하는 걸 기대한다. 하은주 본인도 부담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12명 전원이 하는 게 농구다. 나머지 선수들도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 감독은 "4강전과 결승전이 연달아 열린다. 체력적으로 트랩 수비에 있어 딜레마가 있다. 하지만 뒤가 없기 때문에 일본전부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한 위성우호, 20년만에 인천에서 금메달 낭보를 전해올 수 있을까.
화성=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