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은 컸다. 때문에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좌절할 이유는 없다. 세계 정상으로 가기 위해 넘어가야 할 산이 또 하나 나타났을 뿐이다.
손흥민(레버쿠젠)이 17일 새벽(한국시각) 스타드 루이 2세에서 열린 모나코와의 2014~201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C조 1차전에 선발출전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 손흥민에 대한 기대는 컸다. 손흥민은 이전까지 열린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특히 코펜하겐(덴마크)과의 UCL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상승세였다. UCL 본선 첫 골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
'집중 견제'가 손흥민의 발목을 잡았다. 모나코의 수비진은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마주하던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다. 유럽 최고의 무대인만큼 수준높은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견제했다. '베테랑'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안드레아 라지가 버티는 센터백을 축으로 파비뉴와 라이빙 쿠르자와가 자리한 좌우 풀백까지 탄탄했다. 이들은 상승세의 손흥민을 비롯해 레버쿠젠 공격수들을 집중마크했다. 손흥민은 좌우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도 이동하며 공격에 나섰지만 모나코의 두터운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손흥민이 날린 슈팅은 단 한개였다. 전반 43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카스트로의 패스를 왼발로 마무리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손흥민이 침묵한 레버쿠젠은 결국 모나코에게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에서의 침묵은 손흥민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모나코의 수비진은 C조에서도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제니트와 벤피카는 모나코보다 더욱 수비력이 좋다. 제니트의 측면 풀백은 도메니코 크리스키토(이탈리아)와 이고르 스몰니코프(러시아)가 맡고 있다. 여기에 센터백으로는 니콜라스 롬바에르츠(벨기에)와 에스키엘 가라이(아르헨티나)가 버티고 있다. 다들 자국 대표팀으로 뛰고 있다. 벤피카 수비진도 탄탄하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루이장과 우루과이 수비의 기둥 막시 페레이라가 수비진을 리드하고 있다. 여기에 엘리세우(포르투갈)와 자르델(브라질)도 유럽 정상급 수비수다. 손흥민이 유럽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극복해야할 상대들이다.
1차전에서 진 레버쿠젠(승점 0·골득실 -1)은 이날 벤피카(포르투갈)를 2대0으로 물리친 제니트(러시아, 승점 3·골득실 +2)와 모나코(승점 3·골득실 +1)에 이어 조 3위로 떨어졌다. 레버쿠젠은 10월 2일 홈에서 벤피카와 격돌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