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만루. 투수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이고, 타자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단 한 순간의 타격으로 몇 점이 날지, 그리고 경기의 향방이 어떻게 될 지가 결정된다. 대량득점의 물꼬를 틀 수도 있고, 혹은 단 1점도 내지 못해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올시즌 무사 만루에서는 누가 강했을까. 신개념 데이터인 카스포인트를 통해 알아본 무사 만루에서 가장 강한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최준석이었다.
카스포인트는 경기 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결과물을 점수로 환산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이터다. 마운드, 혹은 타석에서의 결과는 물론, 수비에서 결과까지 포함해 플러스-마이너스 점수를 매긴다. 지금까지 없었던 선수 평가체제로 많은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준석은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와 함께 가장 많은 무사 만루 찬스를 경험했다. 총 7번이나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최준석은 만루홈런 1회, 2타점 적시타 1회, 1타점 적시타 1회, 희생플라이 1회를 기록했다. 7차례 무사 만루 찬스에서 8타점을 기록했다.
한 차례 병살타, 외야 뜬공, 삼진으로 카스포인트가 22점 깎이긴 했지만, 네 차례나 팀 득점을 만들어내며 총 186포인트를 얻어 142점으로 무사 만루 찬스 카스포인트 1위에 올랐다.
SK 와이번스 김강민은 다섯 차례 무사 만루 기회에서 싹쓸이 2루타 1회, 1타점 적시타 2회, 밀어내기 볼넷 1회에 한 차례 삼진으로 물러나며 카스포인트 100점으로 2위에 랭크됐다. 두산 베어스의 주장 홍성흔은 세 차례 만루 찬스에서 모두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며 93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가장 임팩트 있는 무사 만루 활약은 누구였을까. NC 다이노스 이종욱은 지난 9일 삼성전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차우찬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연장 끝내기 만루홈런. 올시즌 첫 번째이자, 이종욱의 데뷔 첫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반대로 무사 만루에서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도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김민성은 세 차례 무사 만루 찬스에서 두 차례나 병살타를 치는 등 타점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22점으로 최하위. LG 트윈스의 이병규(배번 9)는 세 번의 기회에서 인필드 플라이, 포수 파울플라이, 삼진으로 아예 모든 주자가 그대로 멈춰있었다. -17점으로 두 번째로 좋지 못했다. 이외에도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네 차례 기회에서 희생플라이 1회를 기록했을 뿐, 삼진 2회, 병살타 1회를 기록하며 -11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 3B 상황에서의 결과 역시 흥미롭다. 삼성 최형우와 한화 김태균은 나란히 4번 타자답게 3B에서 가장 많은 타격을 했다. 총 다섯 차례 타격을 했다.
최형우는 솔로홈런 1회, 안타 2회에 병살타 1회, 외야 뜬공 1회로 85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날린 자신의 통산 150호 홈런이 3B에서 나온 홈런포였다. 반면 김태균은 안타 2회, 내야 땅볼 2회, 외야 뜬공 1회로 카스포인트 20점으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외에도 삼성 나바로, 박석민, NC 이호준, 넥센 유한준이 3B에서 세 차례 타격을 했다. 나바로와 박석민은 한 차례씩 홈런을 기록했고, 이호준이 1안타, 유한준이 2안타를 기록했다. 나바로는 홈런과 안타를 1개씩 기록하며 83점으로 최형우에 이어 3B에서 가장 좋았다.
3B에서 공격적인 타격이 아쉬움을 남긴 적도 있다. 두산 오재원은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3-3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무사 만루 3B의 찬스에서 방망이를 돌렸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팀은 더이상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