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좁은 스트라이크존을 겪었잖아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투수진에게 희망적인 변수가 생겼다.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 '타고투저'의 원인이자 투수들을 괴롭혔던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역설적으로 대표팀 투수진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뜻밖의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투수들은 두 가지 낯선 변수에 적응해야 했다. 하나는 공인구였고, 다른 하나는 스트라이크존이다. 하지만 새 공인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공인구인 일본 미즈노사의 공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대표팀 투수들에게 지급됐기 때문에 적응을 마쳤다. 또 일부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투수들은 새 공인구가 익숙하다.
문제는 스트라이크존이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의 변화에 지극히 민감하다. 또 규정된 스트라이크존 적용 규칙이 있긴 해도 심판마다 고유의 적용존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도 맞춰야 한다. 특히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는 프로리그와는 달리 아마추어 국제룰에 따른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이 차이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투수들이 그간 꽤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크게 고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프로리그에서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호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팀 투수들도 아시안게임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이런 분위기는 대표팀의 원투펀치 중 한 명인 양현종의 말에서 감지된다. 양현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대표팀 첫 합동훈련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표팀 주전포수 강민호가 워낙 국제 경험이 많아 투수진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는 신뢰다. 그런데 두 번째 이유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현종은 "한국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좁다. 아시안게임 스트라이크존은 적어도 한국 리그보다는 클 것 같아서 적응하기 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극심한 타고투저의 유력한 원인으로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심판진들이 이전에 비해 좁은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한 탓에 투수들이 존에 걸치게 던지는 공들이 볼로 판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불리해지면서 많은 안타를 허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시즌 내내 투수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결정구로 던진 공들이 볼로 판정받게되면 더 이상 던질 공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곤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즌 내내 투수들을 괴롭혔던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역설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는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아마추어룰이 적용되는 국제대회 스트라이크존은 프로리그보다는 확실히 넓다. 특히 좌우 폭이 넓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올시즌 프로리그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했던 투수들로서는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공략하기 더 편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의식해 양현종도 "아시안게임 스트라이크존이 국내 프로리그보다 적응하기 편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양현종 개인 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체 투수진이 모두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얼마나 자신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대표팀 투수진의 자신감은 한층 커질 것이 뻔하다. 올시즌 프로리그에서 좁았던 스트라이크존이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