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아기 사진 스튜디오인 '피아체'가 갑자기 임시 휴업을 결정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기 성장 앨범을 잘 찍는 것으로 유명한 피아체는 지난 12일 '임시 휴업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피아체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휴업 통보에 아기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부모들은 당장 아기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됐다. 또 아기 성장 앨범의 특성 상 미리 결제를 했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게 됐다. 인터넷에선 피아체에 대한 대책과 대응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온라인 카페가 6개나 생겨났고, 며칠 만에 가입자 수가 3000명 가까울 정도로 늘어났다.
▶돈도 추억도 날리게 된 부모들
신생아의 성장앨범을 제작하는 피아체는 아기들의 50일, 100일, 돌 사진 등 성장 과정을 부모들과 함께 예쁘게 사진으로 담아주는 업체로 유명하다. 또 피아체는 연예인들 가족사진을 마케팅으로 활용, 연예인들이 찍는 스튜디오로 소문이 나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인천 송도, 서울 강남점 등을 운영할 정도로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피아체사는 갑자기 경영상의 어려움을 밝히며 임시 휴업을 한다고 공지했다. 피아체사의 임시 휴업 소식은 SNS와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모들 사이에 퍼졌고, 당일인 12일 밤에 피해 부모 수백명이 일산점을 항의 방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아기 사진 촬영을 기대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휴업 통보에 당장 아기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됐다. 임시휴업에 모든 업무가 정지돼, 이미 아기 사진을 촬영한 고객들은 사진과 앨범 등도 받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탯줄도장을 만들기 위해 아기 탯줄을 피아체에 보낸 피해자들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의 모습을 때에 맞춰 담아두기 위해 피아체의 1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미리 결제했던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해까지 입게 됐다. 피아체는 아기 성장 앨범에 대해 항상 선결제를 요청했다. 아기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기 위해 가장 유명한 피아체를 찾았다가, 결국 추억과 돈까지 한순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아기와의 행복한 순간을 남기려다가 씁쓸한 상황이 돼 버리니, 피해자들은 더 크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난 숨기고 휴업 전날까지 영업?
피아체는 가입자가 6만5000명이 넘는 인터넷 공식 카페에 공지 글을 통해 임시 휴업에 대한 사과문을 여러 차례 남기고 있다. 공식 카페를 통해 피해 복구에 대한 글과 정상화 방안에 대해 공지했다.
피아체 대표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은 1주일 정도를 예상하며, 상황에 따라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직원들이 겁을 먹고 떨고 있다. 고객들도 불안해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돈 떼먹고 도망가는 사기꾼이 아니다. 범죄자 취급하지 마라.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가가 아프거나 사정이 있어 촬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스케줄 연기가 잦은 일이라는 걸 찍어본 사람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일을 잘못 처리해 죄송하다. 마녀사냥은 그만해라. 정말 부도나겠다"라는 취지로 사태 진화를 위한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아체사의 설명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한다', '변명이라는 게 참 어이없다', '인터넷에 글 올리지 말고, 직접 나와서 고객 얼굴 보고 해명하라'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피아체사는 탯줄과 사진 원본, 앨범 등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환불에 대해선 '환불이 고객에 대한 최선인줄은 안다. 그러나 너무 뻔뻔한 얘기지만 지금 입금을 시킬 수 없는 상태란 걸 잘 알 것이다. 어떻게든 정상화시켜 촬영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환불 불가를 공지했다.
이에 대해 부모들은 당장 예정된 돌잔치와 출산, 50일, 100일 등 기념일들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2차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언젠가 피아체사가 정상화돼 사진 촬영을 진행해도 이미 기념일 시기를 놓치면 피아체사의 정상화를 기다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념일엔 다른 업체에서 사진을 찍어, 손해를 이중으로 보게 됐다.
문제는 피아체는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엑스포에 대형 부스를 차려놓고 고객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산점은 휴업 전날까지도 고객들과 계약을 진행했다. 피아체는 본점이었던 청담점을 지난해 10월 강남으로 옮기면서 수억원의 빚을 지게 되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휴업 직전까지 영업을 했다는 경영진의 도덕적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피해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피아체는 인수자와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