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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최대유망주 박지수의 부족함과 한국농구의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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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의 최대 유망주 박지수.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다.

현재 대표팀 2진에 들어가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9월27일부터 터키에서 열린다.

그는 1m95의 좋은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하고 있다. 팀동료이자 대표팀 2진 주장 김연주는 "높이 뿐만 아니라 스피드도 갖추고 있다. 정상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실제 그렇다. 속공가담능력까지 뛰어나다. 게다가 드리블과 스텝, 그리고 경기에 적응하는 센스까지 뛰어난 편이다. 한마디로 삼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박찬숙, 정은순, 하은주의 대를 잇는 대형 센터 유망주라는 찬사는 거품이 아니다.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대표팀 1진과 2진의 평가전.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의 슛폼이다. 한마디로 정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자유투를 쏠 때 두드러졌다. 보통 두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려 중심을 잡은 뒤, 하체에서 올라오는 탄력을 손끝에 전달시키는 것이 슛의 정석이다.

그런데 박지수의 슛폼을 자세히 살펴보자. 오른발이 앞에 위치한다. 왼발은 약간 떨어져 뒤에 있다. 그 상태에서 무릎을 굽힌 뒤 그대로 슛을 쏜다. 하체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슛이 비틀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예전 대표적인 3점슈터 우지원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 사고로 오른팔이 휘었다. 때문에 정석에서 벗어난 오른팔 사용을 한다.

그러나 박지수의 경우는 개인 특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슛폼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파워부족이다. 어린 시절 슛을 던질 힘이 모자랐던 유소년 시절의 슛폼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 유망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기본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영주 감독도 이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박지수의 슛폼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칠 순 없다. 일단 대회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도 맞다. 큰 대회를 앞두고 선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박지수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파워와 슛폼 교정은 필수다. 그녀에 대한 찬사는 많지만, 모자란 부분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없다.

한국농구의 병폐와 직결된다. 대형 유망주가 나오면 극찬과 찬사가 난무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자란 부분에 대한 조언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한국농구의 현실은 마치 그들의 재능을 빨아먹는 기생충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결국 1~2개의 약점을 지닌 채 성인무대에 데뷔한다. 발전에 한계를 지닌다. 남자농구를 보면 알 수 있다. 김선형이 그렇고, 김종규가 그렇다.

뛰어난 스피드를 지닌 김선형은 여전히 슛에 대한 약점이 있다. 슛폼 자체가 좋지 않다. 3년이 지났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노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김종규 이종현 문성곤 최준용 등은 파워의 문제가 급하다. 하지만 일선 지도자들이나 KBA, KBL은 유망주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상태로 프로에 데뷔하면 기량의 한계에 직면한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이 누누이 강조하는 "기본기가 떨어지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유다. 국제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수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가능성, 아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박지수가 속한 대표팀 2진은 매우 매력적인 팀이다. 홍아란 신지현 이승아 등 대표팀 세대교체를 이끌어야 할 재목들이 많다.

김영주 감독도 날카로운 지도력을 갖춘 감독이다. 이 팀의 한계 중 하나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다. 프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그는 "수비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기 때문에 공격에서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 순간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풀 코트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로 리듬을 다시 회복할 생각"이라고 했다. 확실히 공수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흐름 자체가 끊어진다.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 2진의 경우, 경기력 자체가 급격히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 약점은 쉽게 극복할 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김 감독이 지적한 더욱 강한 수비로 리듬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그만큼 김 감독의 경기 플랜은 세밀하고 정교한 부분이 있다. 그의 지도방식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런데, WKBL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표팀 2진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이다. 당연히 성적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유망주들의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런데 테크닉과 파워 등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쌓는 경험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대표팀 2진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박지수를 비롯한 대표팀 2진 유망주들의 시급한 문제. 미래를 위한 결론은 나와 있다. '어른'들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