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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골'로 전북-아내의 히어로가 된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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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선두 경쟁의 연속이다. 자칫하면 2위 추락은 물론 선두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었다. '절대 1강' 전북에 9월은 위기 아닌 위기였다.

위기의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다. 10년에 한 번 일어날만한 일이 일어났다. 최고참인 '진공청소기' 김남일(37·전북)이 골을 넣었다.

전북이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경남전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김남일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은 포항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하루만에 되찾았고, 승점 51점으로 전날 성남에 승리를 거둔 2위 포항(승점 50)과의 승점차를 1점으로 유지했다. 전북은 최고참의 헌신과 득점으로 위기를 딛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근 4경기에서 1승1무2패로 부진했던 전북에 경남전은 올시즌 선두 다툼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8월 3일 포항을 끌어내리고 선두를 탈환한 이후 40일이 넘게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전북이다. 그러나 전북이 10경기 무패행진(7승3무)의 상승세를 마감하며 잠시 주춤한 사이 포항이 2연승으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경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전북의 1위는 '42일 천하'에 그칠 위기였다. 전북의 침체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과 좌우 날개 카이오, 한교원, 섀도 공격수 이승기가 경남의 골문을 수차례 노렸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전북이 63대37의 볼점유율 우세를 보였다. 슈팅수에서도 21대4로 5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스리백을 내세워 무게 중심을 뒤로 뺀 경남의 두터운 수비벽을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뚫어내지 못했다. 이동국, 카이오의 슈팅은 수비진에 걸리거나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에 막혔다. 오히려 선수비-후역습 전술로 나선 경남에 실점할 뻔했다. 전반 22분 박주성의 왼발 크로스가 전북 수비수와 골키퍼 권순태를 통과해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악재도 겹쳤다. 전반 43분 정인환이 코뼈 부상으로 레오나르도와 교체됐다. 후반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전북의 승리는 요원해 보였다.

그 때 김남일이 히어로로 등장했다. 올시즌 전북으로 이적한 김남일이 후반 38분 레오나르도의 크로스를 뒤로 넘어지며 헤딩 슈팅으로 연결, 굳게 닫혔던 경남의 골문을 열었다. 김남일의 전북 데뷔골이자 올시즌 마수걸이 골이었다. 2000년 K-리그에 데뷔한 이후 15시즌만에 기록한 프로 통산 9호골이다. 2004년 5월 26일 전남 소속으로 인천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이후 무려 10년 4개월여만이다. 10년만에 한 번 나온 골이 전북을 위기에서 구해낸 귀중한 선물이 됐다. '포커 페이스' 김남일도 10년 만에 터져나온 득점에 얼굴에 한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기쁨도 두 배였다. 이날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가 응원이 아닌 히어로 인터뷰를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김남일은 승리의 히어로로 아내 앞에 당당히 섰다. 눈물을 훔치는 아내를 끌어 안은 김남일의 얼굴에 또 한번 미소가 흘러 나왔다. 김남일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큰 보탬이 돼 기쁘다"면서 "마지막 골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내가 경기장에 온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잘 맞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쁜 추억을 또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