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즌, 좋은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2연전. 상대가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1위 삼성 라이온즈였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하지만 LG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4위를 지켰다. LG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삼성을 12대3로 대파하고 2연전을 쓸어담았다. 5위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보름간의 방학을 맞게 됐다. 2연전 전까지 LG는 SK에 반게임차로 쫓기고 있었다.
피말리는 4위 경쟁에서 한 번 미끄러지면 바로 절벽이다.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LG 선수단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최근 SK와 두산의 경기력이 좋아 요행을 바랄 수도 없었다. 결국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선두 삼성을 잡아야 했다.
13일 벌어진 1차전 승리의 의미가 컸다. 삼성과 힘대힘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이날 선발 등판한 리오단은 사실 힘으로만 놓고 보면 상대 선발 밴덴헐크에 밀렸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다. 1대0 승리. 선수들은 "우리가 힘으로 삼성을 눌렀다"며 활짝 웃었다. 1차전 승리가 선수들의 가슴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좋은 분위기에서 2차전은 술술 풀렸다. LG는 상대의 실책과 함께 초반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운도 따랐지만, 선발로 출전한 최승준과 정의윤이 결정적인 홈런과 적시타를 때리는 등 양상문 감독의 용병술이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삼성전 2연승은 LG에게 어떤 의미일까. 경기 후 만난 양 감독은 "상대가 1위를 거의 확정지은 상황이다 보니 우리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며 "1위팀을 상대로 2승을 거둬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을 것이다. 이 좋은 분위기가 휴식기, 그리고 휴식을 마친 후 치를 10경기에 좋은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4위를 지켜낸 것을 넘어 삼성전 2승이 남은 10경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감독의 확신에 찬 표정에서 최근 LG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