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하네요. 천만 다행이에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이 아찔한 경험을 했다. 마치 벼랑 끝으로 떨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밧줄을 잡아 추락을 모면한 심정일 듯 하다. 대표팀 전력의 핵심 요원인 김종규가 연습경기에서 자칫 큰 부상을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14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외국인 연합팀과 실전 연습경기를 치렀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그간 훈련을 통해 준비한 여러가지 전술을 장신의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시험해보기 위한 경기였다. KBL 경험자가 일부 포함된 외국인 연합팀은 이날 만큼은 가상의 '이란' '필리핀' '중국'이었다. 이들은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데 있어 강력한 적수들이다.
그래서 이날 경기는 승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 그간의 훈련과 또 농구월드컵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맞춤 전술이 얼마나 원활하게 돌아가는 지를 점검하는 게 이 연습경기의 의미다. 유 감독도 "선수들 경기 감각 유지와 수비 변화 전술을 체크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84대86으로 졌다.
그런데 이날 연습경기 초반에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하마트면 대표팀 전력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뻔했다. 김종규가 무릎을 다쳐 병원으로 실려나간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김종규는 1쿼터 2분20초경 덩크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슛은 상대 수비진의 블록에 막혀 실패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후 장면이 좋지 않았다. 김종규가 슛 블록을 당한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친 것이다. 착지할 때 발이 살짝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무릎이 뻣뻣하게 펴지고 말았다. 충격이 완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 관절에 전달된 것이다. 결국 김종규는 코트 밖으로 나왔다가 트레이너와 함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통증은 크게 없었지만, 관절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여 MRI(자기공명영상)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서였다.
김종규는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코트에 돌아오지 못했다. 유 감독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경기를 마친 유 감독은 "종규가 다치면 정말 큰일이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가 임박한 시점이라 김종규가 만약 크게 다친다면 대표팀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잠시 후 희소식이 전해졌다. 경기 종료 후 약 20분 가량 지난 시점. 코트에서 선수들의 슈팅 연습을 지도하던 유 감독에게 트레이너로부터 연락이 왔다. 검진 결과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다. 이 소식을 들은 유 감독은 곧바로 현장 취재진에게 "종규 상태가 괜찮답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곧이어 김종규도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약간 절뚝거리긴 했지만, 김종규의 표정은 밝았다. 김종규는 "처음 착지했을 때는 정말 크게 다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큰 부상이 아니라고해서 한숨 놓았다. 앞으로 더 조심해서 꼭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화성=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