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흰색과 붉은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뛰는 무대였다. 이제 다시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유니폼이었다.
이근호가 상주 상무 고별무대를 마쳤다. 이근호는 14일 상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군팀인 상주의 특성상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무대였다. 이근호는 16일 21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다.
이근호의 지난 2년은 눈부셨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상주 공격의 핵으로 활약한 이근호는 2013년 K-리그 챌린지에서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고 상주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올시즌에도 상주의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지키며 4골-2도움(18경기)을 기록했다. 이근호에게 상주는 제2의 전성기를 열게 해준 '약속의 땅'이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두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상주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고,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덕분에 그는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반전의 무대였다. 4년전의 눈물은 없었다. 이근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1골-1도움으로 '월드컵 스타'가 됐다. 또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카타르 엘자이시행에도 성공했다. 이근호는 전역 후 17일 카타르로 출국한다.
지금의 이근호를 있기까지 상주 구단과 국군체육부대 그리고 박항서 상주 감독의 역할이 컸다. 이근호의 월드컵대표팀 발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근호는 보은을 원했다. 먼저 2년간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위해 두 차례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난 10일 열린 제주전에는 1111장의 '땡스 티켓'을 직접 구매해 팬들에게 선물했다. 전남전에서는 친환경 바이오에코젠물병 2000개를 팬들에게 또 선물했다. 직접 작성한 메시리를 물병에 새겨 넣었다.
구단과 박 감독을 위해서는 전역을 이틀 남겨두고도 선발 출전을 자원했다. 그리고 90분간 온힘을 다해 뛰었다. 마지막 바람이 이뤄졌다. 상주가 2연패에서 탈출했다. 전남을 1대0으로 꺾었다. 이근호는 후반 31분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헤딩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입대 동기인 이 호가 시즌 2호 전역 자축포를 쏘아 올렸다. 0-0으로 맞선 후반 2분 권순형의 코너킥을 높이 뛰어 올라 헤딩 결승골을 터트렸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상주는 승점 25로 성남(승점 23)을 끌어내리고 10위에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근호에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는 전역 기념 및 K-리그 클래식 고별전이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