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8000여 관중의 '파도타기 응원'이 물결쳤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닻을 올렸다. 개회식(19일)에 앞서 축구가 첫 발을 뗐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결전도 시작됐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나선 이광종호가 14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 축구는 1970년(방콕)과 1978년(방콕) 공동 우승, 1986년(서울)에는 사상 첫 단독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결승행 길목에서 번번이 땅을 쳤다. 'AGAIN(어게인) 1986', 그 날의 환희를 재현하기 위한 태극전사들의 도전이 시작됐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제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갈 길도 멀다. 금빛 향연의 희망과 숙제가 교차했다.
▶김신욱의 명과 암
예상대로 말레이시시아는 밀집수비였다. 적장인 옹 킴 스위 감독은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망신만 당하지 않도록, 흉하지 않은 결과를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한국전의 옳은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수비시 11명이 촘촘하게 자기 진영에 포진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된 김신욱(26·울산)이 원톱에 포진했다. 1m96인 그는 거대한 탑이었다. 전반 말레이시아 선수 2명이 김신욱과 공중볼을 다투다 경미한 부상을 했다. 하지만 명과 암이 공존했다. 밀집수비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는 세트피스다. 김신욱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반 26분 김진수의 코너킥을 임창우가 헤딩골로 연결했다. 김신욱에게 집중된 수비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전개할 때는 또 달랐다. 공간 확보가 용이하지 않자 큰 키의 유혹에 쉽게 빠졌다. 롱패스는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상대 수비 또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신욱은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다. 부단한 노력으로 발기술도 향상됐다. 후반 33분 김승대(23·포항)와의 2대1 패스를 통한 추가골이 김신욱의 능력이다.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조로운 패턴으로는 밀집수비를 뚫을 방도는 없다.
▶조직력 점검, 시간은 있다
전반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27·마인츠)와 이재성(22·전북)의 볼 배급능력은 환상적이었다.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며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김진수(22·호펜하임) 임창우(22·대전),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도 활발했다. 2선에서 공격 활로를 뚫은 윤일록(22·서울) 김승대(23·포항) 안용우(23·전남)의 에너지도 넘쳤다.
하지만 옥에 티는 있었다. 김신욱의 두 번째 골이 터지기 전까지 답답한 흐름이었다. 경기 템포 조절 미숙이 눈에 띄었다. 전반은 의욕이 너무 넘쳤다. 돌아가도 될 법한 상황에서 오로지 정면 충돌로 일관했다. 완급 조절은 중요한 포인트다. 과욕은 체력적으로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중앙에서의 패스도 많아도 너무 많다. 과감한 슈팅도 필요하다. 그래야 수비라인을 좀 더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후반 상대가 더 굳게 문을 잠구자 탈출구를 쉽게 찾지 못했다. 다행히 김신욱이 골이 터진 후 상대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고, 3분 뒤 김승대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수비라인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다만 상대의 세트피스에는 집중력을 더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있다. 조별리그를 통해 조직력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광종호의 밑그림이다. 결국 진검승부는 16강전부터다.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라오스를 3대0으로 완파했다. 각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한다. 2차전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17일 오후 8시·안산와스타디움)다. 사실상의 A조 1위 결정전이다.
한 계단, 한 계단 도약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정벌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