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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5연전, 결국 '독수리'를 위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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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와 '독수리', 지옥의 5연전이 막을 내렸다. 추석 전날인 7일 마침표를 찍었다.

두 달 전이었다. 7월 9일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6)과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의 전쟁이 시작됐다. 결론적으로 '황새'는 상처만 남았다. '독수리'가 환희를 독식했다. 서울은 이날 적지에서 포항을 1대0으로 꺾었다. 후반 40분 에벨톤이 결승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2012년 6월 17일 이후 포항 원정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화려한 해피엔딩이었다.

이야기가 길다. '못 말리는 두 승부사'의 올시즌은 악연이었다. 스플릿시스템이 가동되기 전 3차례의 만남은 이미 예약돼 있었다. 3번이 더 추가됐다. FA컵 16강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이었다. 두 달동안 정규리그 2경기가 포함됐다. '지옥의 5연전'이었다. 선수들조차 지겨웠다. 주연은 서울이었고, 조연은 포항이었다.

서울은 7월 9일 클래식 원정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일주일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16강전이 열렸다. 120분간 연장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서울이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서울은 포항전을 발판으로 8강전에서 부산을 2대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ACL은 클라이맥스였다. 두 팀 모두 ACL 우승을 올시즌 최고의 이상이라고 했다. 8월 20일 포항에서 열린 1차전에서 다시 0대0으로 비겼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연장까지 치렀지만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또 다시 승부차기였고, 서울이 골키퍼 유상훈의 원맨쇼를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2년 연속 ACL 4강에 진출했다.

두 지도자는 라이벌이다. 한때는 전화 통화도 자주하고, 소줏잔도 기울였다. 현재는 양보없는 처절한 혈투만 남았다. 마지막 대결에서도 승리한 최 감독은 황 감독에게 인사차 포항 벤치를 찾았다. 하지만 황 감독은 외면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라커룸으로 옮겼다. 최 감독은 무안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라 어쩔 수 없었다.

최 감독은 2012년 K-리그를 제패,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ACL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2012년 FA컵에서 우승한 황 감독은 지난해 만개했다. FA컵에 이어 K-리그에서 우승하며 감독상을 받았다.

엄밀히 말해 '지옥의 5연전'에서 서울은 1승4무를 거뒀다. 승부차기 승패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무승부로 처리된다. 두 감독간 전적의 경우 정규리그와 FA컵, ACL에서 17차례 맞닥뜨려 6승6무5패로 황 감독이 박빙 우세하다. 그러나 두 달간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는 최 감독을 위한 무대였다.

두 감독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라운드에서 선후배의 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미소가 눈물, 눈물이 미소가 될 수 있다. 라이벌이라 미래가 더 기대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