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포항 최대 기대주는 문창진(21)이었다.
포철공고 시절부터 스타였다. 2011년 고교 챌린지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우승의 주역으로 빛났다. 빠른 패스와 위치선정, 뛰어난 스피드와 결정력까지 빠지는 게 없었다.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2012년 포항에 입단한 문창진이 포항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당시 영남대를 거친 3년 선배 이명주(24·현 알아인)는 무명이었다.
문창진은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했다. 3시즌 동안 선발과 교체를 오갔다. 그러나 '붙박이 주전'은 요원했다. 첫 시즌 불과 4경기, 지난해에도 7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사이 '무명' 이명주는 첫 해 K-리그 신인왕에 이어 지난해 포항 더블(리그-FA컵 동시 우승)의 주역을 하면서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 6월 프로축구 역대 최고 이적료(50억원) 기록을 세우면서 중동 무대에 진출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문창진은 시간을 많이 줘야 하는 스타일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발재간에도 90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체력과 승부처에서 드러나는 미숙함이 신뢰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 원인이었다. 황 감독은 "(이)명주가 팀을 떠난 뒤 (문)창진이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경기력 면에서) 따라가질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노래했다.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있고 가능성도 크다. 변화의 과정을 넘기면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스승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문창진이 '제철가 더비'에서 가치를 입증해냈다. 문창진은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열린 전남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경기시작 7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신광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넘겨준 볼이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자, 문전 오른쪽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 했다. 문창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전남은 불운에 울어야 했다. 지난 제주전에서 2대6으로 대패했던 전남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스테보와 레안드리뉴의 슛이 골대를 맞추는 불운 속에 결국 안방에서 눈물을 흘렸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