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지휘봉을 잡은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흔들리고 있다.
유로 2016 예선 1차전부터 암초를 만났다. 네덜란드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체코 프라하의 제네랄리 아레나에서 벌어진 체코와의 유로2016 예선 1차전에서 1대2로 패했다. 5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 0대2 패배에 이은 2연패다. 네덜란드가 연패의 늪에 빠진 것은 2012년 이후 2년 만이다.
브라질월드컵 때 네덜란드를 이끈 루이스 판할 맨유 감독의 스리백과 히딩크 감독의 포백이 교차하며 흔들렸다. 이탈리아와의 복귀전에서 포백을 꺼내든 히딩크 감독은 체코전에선 스리백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선제골을 허용한 후 포백으로 복귀했다. 다소 혼란스러웠다. 아르옌 로번의 공백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그의 미션은 유로 2016 우승이지만, '히딩크 매직'은 안갯속에 갇혔다. 네덜란드는 이날 전반 21분 도칼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후반 10분 스테판 데 브리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수비수 다릴 얀마트의 실수로 결승골을 허용하고 주저앉았다.
네덜란드는 기복이 없는 팀이다. 연패의 늪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도 화가 났다. 그는 "경기 종료 직전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대1로 끝났어야 할 승부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왔다. 매우 화가 난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리고 결승골 상황에 대해선 "자책골을 먹은 느낌이다. 원정 승부는 쉽지 않은 법이지만 체코전은 이겼어야 할 경기"라고 얼굴을 붉혔다.
히딩크 감독은 자연스럽게 판할 감독과 비교되고 있다. 판할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3위를 차지했다. 68세로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히딩크 감독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네덜란드는 다음달 카자흐스탄, 아이슬란드와 예선 2, 3차전을 치른다. 탈출구는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나마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을 옹호하는 것은 다행이다. 이날 부진했던 주포 로빈 판페르시는 "감독이 바뀌면서 팀이 어려워졌다는 건 넌센스다. 오늘 실점을 하고도 동점골을 넣은 뒤에는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경기에 이길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며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해 지는 건 언제나 실망스럽다. 전술은 감독의 선택이지만, 경기력에 대한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에게 남은 건 명예회복 뿐이다. 카자흐스탄과 아이슬란드의 전력이 한 수 아래지만 히딩크호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첫 승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