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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이택근, 박병호-강정호보다 빛나는 2번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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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공격능력을 보유한 타격의 팀 넥센 히어로즈.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최강의 공격라인업이다. 50홈런을 바라보고 있는 4번 타자 박병호를 비롯해 유격수 최다 홈런-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운 5번 타자 강정호, 사상 첫 200안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1번 타자 서건창에 유한준, 김민성까지.

홈런과 타점, 타격, 득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까지 이들 히어로즈 선수들이 1위를 굳혔거나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 흑백 TV 시대에 총천연색 컬러화면을 보는 듯 화려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쯤에서 한 번 돌아보자.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다보니 살짝 비켜서있는 듯한 존재. 영웅들의 주장이자 강한 2번 타자 '히어로 이택근'이다.

2012년 FA(자유계약선수)가 되어 LG 트윈스에서 히어로즈로 복귀한 이택근은 드러난 것보다, 보여지는 것보다, 팀 기여도가 월등히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선수다. 수치와 기록으로 분명하게 나타나는 성적말고도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주고, 이끌어갈 줄 아는 리더십을 갖춘 선수다. 또 요란하게, 표나게 보여주는 스타일의 리더십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구단 안팎에서는 이택근이 지금의 히어로즈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히어로즈가 2012년 에 이택근과 4년 간 50억원(옵션 포함)에 계약한 이유가 있다.

물론, 성적도 매년 준수했다. 중심타자, 주축타자로서 빠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그런데 올 해는 후배들의 화려함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시즌이다.

이택근은 9일 현재 타율 3할2푼6리(399타수 130안타), 21홈런, 86타점, 84득점, 10도루, 2루타 32개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타율이 3할이 넘는 이택근이지만 현재 타율이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 최고 기록이고, 홈런과 타점 모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타격은 16위, 홈런은 11위, 타점은 공동 7위다. 또 OPS(장타율+출루율)가 9할7푼5리로 10위에 올라있다. 웬만한 팀의 4번 타자보다 나은 성적이다.

눈에 띄는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사구 12개로 이 부문 2위.

여름 더위와 함께 타격감이 날아올라 후반기로 갈수록 더 뜨거워졌다. 7월 타율이 3할6푼4리였는데, 8월에 3할6푼8리, 9월에 5할4푼5리로 올라갔다. 팀이 고공비행을 할 때, 뒷심이 필요한 시기에 더 힘을 냈다. 후반기 32경기에 나서 3할8푼8리, 9홈런. '히어로 이택근'이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팀 상승세의 요인을 설명하면서 자주 "주장인 이택근이 구심점이 되어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한다.

이택근은 올해에 주로 2번 타자로 나섰고, 3번을 맡기고 했으며, 최근 NC 다이노스전에 1번으로 나선 적도 있다. 코칭스태프가 임무를 맡기면 중심타자에서 테이블 세터까지 모두가 가능한 전천후다.

34세, 프로 12년차 이택근을 주목하자.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다가올 포스트 시즌까지. 히어로즈 타선의 서건창과 박병호 강정호 사이에는 '히어로 이택근'이 버티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