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0개 구단이 시즌 전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있다. 각 팀에서 영입한 외국인 선수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이 출전한다. 각 포지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동시에, 주된 공수역할을 맡아야 한다. 때문에 여전히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10개 구단은 각 팀의 외국인 선수의 기량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는 점에 있다. 2~3게임 정도 실전을 치르기 전에는 기량을 평가하기 매우 힘들다.
이유가 있다. 선수마다 기량은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팀과의 호흡부분은 조금 다르다. 국내선수와의 유기적인 조화와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 그리고 개인 테크닉의 약점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대부분의 팀들은 미국, 중국, 호주, 일본 등지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효율적인 연습경기를 치르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와 토종선수 간의 호흡을 맞추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동부는 일본 가와사키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올 시즌 전체 2순위로 데이비드 사이먼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KT와 오리온스에서 활약했던 앤서니 리차드슨을 두번재 외국인 선수로 낙점했다.
일단 두 선수는 안정적이다. KBL에 대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한국농구에 대한 적응은 어렵지 않다. 사이먼은 2010~2011 시즌 KGC에서 수준급 센터로 활약했다. 당시 기록은 20.2득점, 9리바운드, 1.6블록슛,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골밑 장악력이 좋은 정통센터다.
동부는 김주성 윤호영 한정원 등 포워드진이 즐비하다. 하지만 골밑에서 파워가 부족하다. 확실한 포스트를 할 수 있는 정통센터가 없다. 이 부분을 사이먼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지훈련장에서 본 사이먼의 기량은 그대로였다. 파워가 일품이었다. 일본의 웬만한 외국인 선수들과의 힘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기술도 뛰어났다. 특히 좌우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스텝과 정확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 그는 매우 영리하다. 팀 패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빠르다. 동부 윤호영은 "로드 벤슨도 매우 영리한 선수였는데, 사이먼의 패턴 습득력은 더욱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나, 인내심이 강하다는 점이다. 일본 전지훈련의 특징 중 하나는 편파판정이 유난히 심하다는 것이다. 얼굴을 때리고, 슛을 시도할 때 팔을 쳐도 휘슬이 잘 울리지 않는다. 그 집중타깃은 골밑의 사이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부 김영만 감독은 "사이먼이 코트에서 스스로 화를 삭이는 모습이 계속 보인다.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흥분하지 않는다는 점은 실전에서 매우 좋은 장점이다.
약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순발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대한 대처가 늦다. 2m4의 큰 키에 뛰어난 파워를 지닌 사이먼의 유일한 약점. 이 부분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앤서니 리차드슨(2m1)은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지난 시즌 뛰어난 높이와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 그리고 날카로운 돌파를 갖춘 선수였다. 때문에 그가 터지는 날에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골밑보다는 외곽을 선호한다. 하지만 난사경향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골밑 돌파를 즐기고, 슛에 대한 확률을 좀 더 높히기 위해 림에서 더 가까이 던지려고 노력하는 슛 셀렉션이 많다.
골밑에서 존재감은 그리 뛰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인 파워가 부족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골밑 수비에서 버티는 힘이 약하다.
하지만 속공에서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동부는 김주성 윤호영을 중심으로 한 속공이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그 장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리차드슨이 기용될 경우, 김주성 윤호영과 함께 뛸 속공은 상대팀이 막기 매우 까다롭다.
또 하나, 동부 입장에서는 높이를 유지하면서도 공격 옵션이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 시점에서 리차드슨과 동부 선수들과의 호흡이 그리 잘 맞는 편은 아니다.
팀의 주축이 김주성이 빠져 있는 상태. 윤호영 역시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때문에 여전히 리차드슨의 장점에 대해서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부의 외국인 선수는 무난한 적응을 보이고 있다. 사이먼은 실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리차드슨은 변수가 많지만, 그의 장점이 동부에서 극대화될 공산이 큰 것도 사실이다. 동부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반격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가와사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