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5일 한국 축구를 이끌 차기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선장은 없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 한국 축구가 다시 닻을 올렸다. 브라질은 아픔이었다. 태극마크의 위기였다. 한국 축구는 브라질월드컵에서 16년 전으로 돌아갔다. 1무2패를 기록, 1998년 프랑스대회 이후 처음으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H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래도 지워야 했다. 축구는 계속된다. 내년 아시안컵에 이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이날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는 새로운 출발선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의 고통도 품에 안아야 했다. 22명의 소집 명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브라질을 경험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카타르) 구자철(마인츠) 이근호(상주) 이범영(부산) 김창수(가시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힐랄) 이 용(울산) 박종우(광저우 부리) 등이다. 여전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베테랑' 이동국(전북)과 차두리(서울), 중동을 누비고 있는 이명주(알아인) 남태희(레퀴야) 등이 가세하면서 새 바람도 기대했다.
과연 브라질월드컵의 후유증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까. 걱정과 함께 희망이 공존했다.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묵직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주어진 결과를 다 떠나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주어진 역할과 환경에 적응하겠다. 다들 좋은 경기를 하려고 한다. 모두 그럴만한 이유들도 있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청용(볼턴)은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는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최근에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친선경기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손흥민(레버쿠젠)도 "브라질월드컵 실패가 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많은 팬들의 시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남미의 강팀이니만큼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34세 차두리(서울)는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고, 35세 이동국(전북)도 " 나이를 떠나서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호흡 잘 맞춰야 한다. 운동장은 내 나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아니든 태극전사들은 모두가 '반전'을 꿈꿨다. 현실이었다.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 태극전사들의 눈물겨운 투지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전반 21분 골키퍼 김진현의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눈물은 없었다. 전반 33분 이명주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후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이동국이 폭발했다. 후반 7분과 17분과 역전에 이어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강력한 압박과 태클, 지칠줄 모르는 투혼이 물결쳤다.
한국 축구가 한때 방황했다. 위기는 기회였다.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서 입증했다. 꼬인 매듭이 풀렸다. 부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