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60)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5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베네수엘라 간의 평가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슈틸리케 감독과 2018년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과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2시간 동안 면담을 나눴다. 세 가지 부분이 마음을 움직였고,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기간은 4년이며, A대표팀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까지 보장된다. 단, 본선행 실패시에는 상호합의 하에 조건없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봉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30억원을 상한선으로 두고 일(차기감독 선임)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출국, 유럽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면담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계약기간 및 연봉 등 구체적인 조건에서 축구협회 기술위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사령탑직을 수락하기에 이르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입국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관전으로 태극전사 사령탑 임무를 시작한다.
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다음은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일문일답.
-슈틸리케 감독 선임 배경과 계약 조건은.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웃음). 정식 엠바고 요청이 아님에도 협조가 잘 이뤄져 계약까지 이뤄지게 됐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슈틸리케 감독과 지난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2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의 거주지는 스페인 마드리드다. 우리가 런던으로 와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혼쾌히 수락했다. 면담을 나눈 뒤 마드리드로 되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력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됐나.
▶면접을 시험처럼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예의가 아니다. 연봉 등 중요한 사항을 제외하면 편안하게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세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경험이 부족할 때 스위스 대표팀을 만나 허둥지둥하던 모습과 어려운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에게 흉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게 마음에 와닿았다. 두 번째는 인간적인 배려였다. 통역 선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독일인임에도 스페인어 통역을 준비해달라고 이야기하더라.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르헨티나인 수석코치를 거론하면서 '내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니, 수석코치를 위해 스페인어 통역을 써달라. 독일, 스페인어 통역을 굳이 두 명 쓸 필요가 있느냐'고 하더라. 인간적인 배려심이 느껴졌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열정과 헌신이었다. '만약에 한국을 맡는다면 부인과 함께 입국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성인 대표팀 뿐만 아니라 유소년, 여자 등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해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세 가지 부분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어떤 감독을 모셔와도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한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슈틸리케 감독 중심으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뛸 생각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세계 최고의 감독은 아니지만, 한국 축구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은 갖추고 있다고 본다. 모두가 많이 도와주셔서 한국 축구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시기 바란다. 마지막 개인적인 소망은, 슈틸리케 감독이 마지막 외국인 감독이 되길 바란다. 4년 뒤에는 한국인 감독이 4년 주기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체제와 준비를 갖춰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4년 동안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 지도자들도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는 기술위가 외국인 감독을 찾으러 다니지 않기를 소망한다. 국내 지도자가 어떤 대회든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장기적인 관점을 많이 본 듯 하다.
▶슈틸리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일 대표팀에 선임될 뻔했던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 청소년대표팀을 오랜기간 감독으로 활동한 것 뿐만 아니라, 독일 축구를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를 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대표팀을 맡으면서 또 다른 좋은 기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2002년 부산에서 폴란드전을 봤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 공격, 수비 모두 볼 중심으로 2~3명이 90분 내내 압박을 하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과 함께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기록을 만들어가길 소망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축구 발전 로드맵은.
▶사실 청사진까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최근 대표팀 경기도 보지 못했다고 말하더라. 만약 우리 팀을 맡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전술을 바라고 그렇게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파악을 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우루과이전부터 지켜보면서 앞으로의 과정이 될 것이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마무리가 된 것인가.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 수석코치는 오기로 되어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 논의 후 밝히도록 하겠다.
-입국 뒤 곧바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인가.
▶런던에서 면담할 때는 10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A대표팀 감독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이야기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해외파 점검 등 여러가지 부분이 있다. 8일 방한 뒤 구체적인 논의를 더 할 것이다.
-이번에는 임기가 4년으로 확실히 보장되는 것인가.
▶계약기간은 4년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오른다는 가정 하에 한국의 마지막 경기까지가 임기다. 단, 계약해지 조건은 본선 진출 실패시 상호 합의하에 조건없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연봉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그건 내가 말하기 곤란하다. 그동안 상한선을 30억 정도로 보고 일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