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리할 때만 해도 좋았다. 시즌 초반 이후 처음으로 5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6위에서 7위, 그리고 8위로 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는 1일 현재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0.5게임차 8위다. 7월 말부터 6연패에 빠졌고, 이후 4연승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추격의 힘이 빠졌다. 이후 두 차례 3연패에 또다시 2연패다. 연패를 끊고 나면 곧바로 연패가 시작됐다.
혼돈의 4강 싸움에서 KIA에게도 기회가 왔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외부 요인도 있었다. KIA는 8월 들어 8경기나 우천취소를 경험했다. 월요일로 미뤄진 경기가 취소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10차례다. 잦은 우천취소는 컨디션 유지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라면 이러한 외부 요인은 극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KIA는 그대로 발목을 잡혔다. 특히 그동안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왔던 타자들이 나란히 침묵에 빠졌다.
8월 타율을 살펴 보면 김주찬이 2할2푼4리, 나지완 2할5푼5리, 이범호 1할7푼1리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안치홍(3할7푼9리)과 필(3할3푼3리), 이대형(3할2푼6리) 정도가 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특히 KIA 타선의 상승세를 이끌던 리드오프 김주찬과 4번타자 나지완의 침묵이 뼈아팠다. 이는 득점력 빈곤으로 직결됐고, 연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물론 올시즌 내내 KIA는 불완전했다.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불펜진 탓에 앞선 경기도 쉽게 안심할 수 없었고,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선발진의 교체도 잦았다.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향평준화된 4위 싸움에서 분명 기회가 왔다. 연승 때 보여준 희망적인 모습만 이어갔어도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KIA는 4위 LG 트윈스와 5경기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최하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매년 반복되는 후반기 부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KIA는 수년간 후반기 들어 추락을 반복해왔다. 2012년과 지난해 모두 전반기를 5위로 마감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2012년엔 5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에게도 밀리며 8위로 추락했다.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2011년에도 전반기 1위에서 최종순위 4위로 추락해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후반기 부진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들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며, 언젠가부터 선수단을 감싸는 패배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올시즌 성적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 KIA라는 팀의 정체성을 감안한다면, 분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코칭스태프 일부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구성원 전체가 책임의식을 갖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