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최후의 90분, 서울과 포항의 운명은?

by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K-리그 두 팀의 마지막 일전이 펼쳐진다. FC서울과 포항은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을 치른다.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8강 1차전은 0대0으로 마무리 됐다. 이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끝장승부다. 홈팀 서울이나 원정팀 포항 모두 '승리'라는 단 하나의 단어 만을 머릿 속에 채웠다.

▶숨겼던 칼날, 이제 감출 곳이 없다

1차전은 지루한 탐색전이었다. 서울은 너무 조심했고, 포항은 한방이 부족했다. 서울은 앞선 흐름과 우세한 전력에도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서울의 파상공세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던 포항은 전반 중반부터 공세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든 골가뭄의 한계에 부딪혔다. 0의 행진이 90분을 지배했다.

다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퇴로가 없다. 서울은 포항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비겨도 되지만, 실점은 용납되지 않는다. 포항이 서울 원정에서 득점을 얻고 비기면 원정 다득점(종합전적과 점수가 같을 때는 원정 득점 우선) 룰에 의해 4강행 티켓을 가져가게 된다. 지난해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결승전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비긴 서울은 이 룰에 걸려 아시아 정상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 맺힌 경험은 이번 포항전에 나서는 자양분이다.

원정팀 포항은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1차전 무실점 무승부로 유리한 여건은 조성됐다. 하지만 최근 옅은 스쿼드 탓에 체력부담이 가중되면서 잇달아 무너졌다. 때문에 90분을 효율적으로 쓰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비기기 작전'은 위험부담이 크다. 압박을 앞세운 전북을 상대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 완패를 당한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스틸타카' 부활에 명운을 걸고 있다.

▶파죽지세 서울, 원정불패 포항

서울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절대 1강' 전북까지 무너뜨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전북전에 차두리 몰리나 등 핵심전력을 제외한 1.5군을 내놓았다. 사실상 포항전에 무게를 실은 포진이었다. 그러나 서울은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4연승 중이던 전북을 무너뜨렸다. 주전-백업 구분 없는 로테이션의 힘이었다. 최 감독 스스로 "놀랐다"고 표현할 정도로 집중력이 높았다. 서울은 최근 리그와 ACL, FA컵까지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 중이다.

포항은 안방보다 원정에서 더 신바람을 냈다. 올해 ACL에서 치른 조별리그 3경기, 16강 1경기 등 원정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원정 4경기서 4실점을 했으나, 득점은 10골(경기당 평균 2.5골)에 달했다.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상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적극적인 압박을 전개해 승리를 가져갔다. 그동안 재미를 봤던 맞불 작전을 이번 서울전에서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상반된 스타일, 이번에는 다를까?

서울의 대표 브랜드는 '무공해 축구'다. '무조건 공격해'라는 화끈한 뜻과 함께 '깨끗한 축구를 펼친다'는 페어플레이 정신 강조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불필요한 항의나 경기지연 대신 속도감 넘치는 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2팀 중 최소파울(257회) 및 최소 경고(22장)를 기록 중이다. 단 한 명의 퇴장 선수 없는 완벽한 '무공해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ACL에서도 9경기 중 경고는 8장에 불과했다. 포항은 터프함이 넘친다. 파울(383회)과 경고(47회) 모두 클래식 1위다. 한정된 스쿼드라는 약점을 상쇄하기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었다. 스스로 강해지면서 얻은 힘과 자신감은 더블(리그-FA컵 동시제패)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서울과 포항 모두 기존 스타일과 관계없는 승부를 준비 중이다. 1차전에서 힘싸움에 밀린 서울은 2차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원정에서 '상암벌 무승 징크스'를 깬 포항은 철저한 압박으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각오다.

아시아 정상의 자리는 양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해 아시아 무대에 나선 서울과 포항, 모든 것을 걸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