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청천벽력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의 꿈이 사라졌다. 최종 명단에 이명주(24·알아인)의 이름은 없었다. 논란이 일었다. 꾸준한 출전과 함께 기량도 물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당시 K-리그 클래식 도움 1위(7개)와 득점 3위(4골)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평가는 이미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끝나있었다. 이명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비형 미드필더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홍명보 전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아쉬움 대신 와신상담했다.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프로축구 사상 첫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월드컵 탈락의 아픔은 중동 이적으로 보상받았다. 행선지는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이었다. '기록 파괴자'였다. K-리그 사상 최고 대우를 받았다. 이적료가 500만달러(약 50억원)에 달했다. 계약기간 3년에 연봉 15억원까지 총 9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또 한 번의 '반전'은 남아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발탁이었다. 당연히 이름이 오르내렸다. 차출이 불가능해진 손흥민(레버쿠젠)의 대체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태극마크는 이명주를 외면했다. 알 아인 이적이 부메랑이 됐다. 구단 측의 거부로 차출이 불발됐다.
태극마크와는 영 인연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이명주와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9월 베네수엘라(5일·부천종합운동장), 우루과이(8일·고양종합운동장)와의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명단에 이명주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셀프힐링'의 시간이 찾아왔다.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내는 모습이 필요하다. 왜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는지도 되새겨봐야 한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을 갖췄지만, 대표팀 내에선 자칫 어설픈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몸 상태는 빠르게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이명주는 최근 UAE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2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82분을 뛰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공수 이음새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이명주는 27일 ACL 2차전 이후 다음달 2일 소집된다. 이명주의 진가를 확인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