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리그 홈런과 타점 1위 타자가 2군으로 내려간다. 부상이 아니라 극심한 부진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홈런과 타점 1위라면 소속 팀의 간판타자다. 중심타자가 일시적으로 부진하다고 해도 코칭스태프는 웬만하면 슬럼프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선수의 위상을 감안해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홈런과 타점 1위에 올라 있는 히로시마 카프의 4번 타자 브래들리 엘드레드(34)가 1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다. 히로시마 코칭스태프는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진 엘드레드의 2군행을 결정했다. 그만큼 엘드레드의 부진이 심각하다.
미국 국적인 엘드레드는 1m96, 122kg의 오른손 거포. 개막전부터 엄청난 파워를 쏟아내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3월과 4월에 열린 27경기에서 타율 3할7푼3리, 8홈런, 23타점을 기록하고 월간 MVP에 선정됐다. 13일 현재 타율 2할6푼2푼. 타격이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33홈런-91타점을 때려 홈런, 타점 1위다. 지난해 아시아 홈런 신기록(60개)을 세운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에 9개를 앞선 압도적인 홈런 선두다. 타점은 오승환의 팀 동료인 마우로 고메즈(한신)보다 9개가 많다.
그런데 최근 두달 간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엘드레드는 13일 홈구장 히로시마 마쓰다스타디움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7회 수비 때 교체됐다. 이날 삼진 2개를 당했는데, 27경기 연속 삼진이라고 한다.
이날 경기까지 8월에 열린 10경기에서 42타수 2안타, 타율 4푼8리. 이 기간에 삼진이 무려 23개이다. 엘드레드는 지난 7월 14일 열린 요코하마 DeNA전에서 6개의 삼진을 당해 일본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42개의 삼진을 당해 양 리그를 통틀어 최다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히로시마 코칭스태프도 주축 타자의 극심한 부진에 전전긍긍했다. 지난 11일에는 노무라 겐지로 감독이 직접 나서 1대1 지도를 했다. 주포의 부진을 놓고 고민하던 노무라 감독은 결국 2군행을 결정했다. 2군 경기에 출전해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라는 주문이다.
2002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엘드레드는 콜로라도 로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거쳐 2012년 6월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었다.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러, 메이저리그 출전 경기수는 90경기에 불과하다.
2012년 65경기에서 11홈런을 때린 엘드레드는 지난해 66경기에서 13홈런을 쳤다.
히로시마는 13일 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에 이어 센트럴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