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날인 16일.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경기를 위해 지바 QVC 마린필드에 온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를 만났다. 소프트뱅크에 이적해 첫 시즌 전반기를 마친 이대호의 소감이 궁금했다.
이대호는 "아쉽지요. 타점이 안 나와서 아쉬워요. 50타점 정도는 기록해야 했어요"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호는 전반기 84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타율 3할4리(퍼시픽리그 5위), 12홈런(공동 9위), 39타점(공동 12위)을 기록했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대호는 "제가 타점을 더 올렸다면 2위와 큰 차이로 1위를 달렸을 겁니다"라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소프트뱅크는 15일까지 퍼시픽리그 1위를 달렸으나 16일 지바 롯데에 0대13으로 대패하면서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소프트뱅크에 반게임 뒤져있던 2위 오릭스 버팔로스가 전반기 최종전에서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이겨 1위에 올랐다. 이대호는 자신이 더 잘했다면 팀이 여유 있게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타점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이대호는 "안타는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다"며 "우치카와 세이치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수비로 나선 경기가 많아 약간의 피로가 쌓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연고지인 후쿠오카 지역 언론도 이대호의 타점 생산능력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18일 후쿠오카 지역의 한 방송사가 소프트뱅크의 전반기를 결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오카바야시 요이치 해설위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1번 타자인 나카무라 아키라가 40타점을 올린 것을 보면 4번 타자 이대호의 타점이 더 많았으면 좋을 텐데"라며 "지금의 소프트뱅크는 모든 타자들이 잘 하고 있으니 이대호에게 더 큰 기대를 하는 게 '사치스러운 고민'이네요"라고 했다.
20일 현재 퍼시픽리그의 타격랭킹 10걸 중에 무려 6명이 소프트뱅크의 타자들이다. 오카바야시 위원은 "만약 이대호가 더 잘하면 소프트뱅크의 우승은 확실하다. 그런 점에서 후반기의 키맨은 이대호입니다"라고 4번 타자 이대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소프트뱅크엔 또다른 한국인 선수 김무영도 활약하고 있다. 김무영은 지난 14일 2개월여 만에 1군에 합류했다. 김무영은 "2군에서 정신적인 면을 키웠어요"라며 "커브가 좋아졌어요. 제 커브볼은 너클 커브식으로 날카롭게 떨어져 결정구로 쓸 수 있습니다. 또 제구도 되니까 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어요"라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김무영은 16일 경기에 등판했다. 올시즌 6번째 1군 등판이었다. 0-11로 크게 뒤진 4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무영은 5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뿌려 4안타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소프트뱅크는 전날인 15일 경기서 12회까지가는 연장 승부를 펼치며 8명의 투수를 투입했던 터라 16일 경기서는 투수를 아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김무영이 임무를 잘 수행했다. 김무영은 후반기에도 이렇게 뒤진 상황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우승에 향해 후반기를 시작하는 소프트뱅크. 2명 이상의 한국인 선수가 1군에서 뛰면서 우승경쟁을 한 것은 지난 1999년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이 활약한 주니치 드래곤즈 이후 15년만이다. 이대호와 김무영은 우승의 키맨이 될 수 있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