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무조건 김광현이다."
13일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본부석 뒤에 스피드건과 초시계를 든 외국인 관계자 3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외국팀 스카우트인게 확실했다. 이날 경기는 외국인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찾을 만한 특이사항이 없었다. 선발은 LG 티포드, SK 울프였고 LG와 SK의 야수 중에서도 당장 해외무대 진출을 시도할 만한 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SK 최 정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외국인 스카우트들도 최 정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었다.
이들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른 뜻이 있겠나. 무조건 김광현"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14일 경기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 이 관계자는 "관례다. 특정 선수를 관찰하러 왔다해도, 전체적은 야구 흐름을 본다. 특히, 각 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필수적으로 체크하는게 스카우트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13일 경기장을 찾았던 3명의 스카우트는 14일 잠실구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 잠실을 찾은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텍사스 레인저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다. 14일 경기에는 LA 에인절스 관계자까지 합세했다.
김광현은 그 앞에서 완투승을 거뒀다.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인상적인 투구였다. 단순히 9이닝 동안 위력적인 공을 던져서가 아니다. 스카우트들은 전날 양팀의 난전을 끝까지 지켜보고 갔다. 양팀 마무리가 모두 무너지며 연장까지 갔던 혈투. 그 혈전에서 SK는 졌다. 정말 아쉬운 패배였다. 자연히 다음 경기 선발 등판하는 선수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매일 야구를 보고, 이로 밥을 먹고 사는 야구 선진국 관계자들이 이 상황을 모를리 없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김광현은 보란 듯이 완투승을 거뒀다. 구위 뿐 아니라 정신 자세에서도 에이스라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동안 다른 선수들이 미국 진출을 노릴 때도, 수면 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의 스카우트가 김광현을 유심히 관찰했다는 것이다. 양키스 스카우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양키스 로고가 눈에 띄게 박힌 가방을 메고 있어 쉽게 소속을 알 수 있었다. "특정 선수에게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는 말을 꺼내자 마자 "나는 아무 것도 얘기해줄 수 없다. 여기있는 모든 선수를 보러 왔다"라는 형식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 스카우트와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양키스만의 어찌보면 퉁명스러운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확실한 건, 양키스도 김광현을 보기 위해 한국에 스카우트를 보냈다는 것이다. 표현은 그렇게 하지만 다른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 스카우트는 첫 날 경기에서는 특정 선수가 아닌 경기 전반을 여유롭게 지켜보던 모습과 달리, 김광현 등판 경기는 훨씬 더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김광현은 이번 시즌을 잘 마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야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물론 FA는 아니고 구단이 동의를 해야한다. 하지만 현재 김광현이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면 SK가 적극적으로 이를 막아설 명분은 보이지 않는다. 시즌 개막 전 해외 진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김광현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어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