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의 길'이 조심스럽게 첫 발을 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1일 첫 방송된 '코미디'의 길은 전국 기준 시청률 2.5%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월 말 종용한 '코미디에 빠지다'가 기록한 평균 시청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미디의 길'은 공개 코미디와 스튜디오 콩트가 결합된 색다른 포맷을 선보이며 타사 코미디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세월호 참사를 고려해 첫 방송에선 분량을 축소하고 웃음을 자제했다. 대신 세태 풍자와 공감을 잘 버무려낸 코너를 여럿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개들의 눈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꼬집은 '개.사,세', 기러기 아빠의 처절한 독백을 담은 모노드라마 '브라보 마이 라이프', 청년 백수들의 허세 개그를 담은 '골방주식회사' 등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한 코너들은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빛났다. 정성호, 정명옥, 손헌수, 최국 등 주축 코미디언들의 노련한 연기는 각 코너와 전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주력 코너인 '다큐 코미디'로 20년만에 MBC 코미디에 복귀한 이홍렬은 코미디에 대한 열정을 깨닫고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장 코미디언의 모습을 보여주며 페이소스를 자아냈다. 특히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볼 없는 콩트물은 완성도 높은 웃음과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편성이다. 일요일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 방송되다 보니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전작 '코미디에 빠지다'처럼 '코미디의 길'도 나홀로 고군분투하며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날 오프닝에서 이홍렬은 "예전에는 MBC 하면 코미디 왕국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때에 비하면 침체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배들에게 MBC 코미디의 영광을 되돌려주고자 내가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코미디의 길'이 MBC 코미디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