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 클로저 김승회(33)는 왼손목에 찬 목주를 보여주었다.
대전에 사는 장모가 사위(김승회)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절에서 사다 준거라고 했다. 사위에 따르면 장모는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한 경기도 안 빠트리고 TV로 본다. 그런데 사위가 등판만 하면 가슴이 쿵쾅거려서 대전 집을 나와 산책을 할 정도다. 최근 김승회가 불펜에서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고 나서는 더 마음이 초조해졌다고 한다.
2014시즌 롯데 클로저는 돌고 돌아 김승회까지 왔다. 시즌 시작은 김성배로 했고 정대현 등을 거쳐 우완 정통파 김승회가 현재 마무리다. 김승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바뀔 가능성도 있다.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이번 시즌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고집 보다 융통성을 더 발휘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기량과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절친이자 전임자 김성배가 해준 이야기
김승회는 전형적인 '마당쇠'로 통한다. 정말 팀을 위한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다. 자기를 먼저 내세우지 않는다. 팀이 선발을 원하면 선발, 불펜에 가라면 불펜, 그리고 이번엔 마무리를 맡았다. 그는 지난 2012년말 홍성흔(두산)의 FA 이적 보상 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최근 부산에서 만난 김승회는 자신은 스스로 마무리 투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냥 경기 맨 마지막에 던지는 선수로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편하게 갖기 위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전임자 김성배는 김승회가 마무리를 맡고 나서 이런 얘기를 해줬다고 한다. "볼넷 보다 홈런이 낫다. 자신있게 던져라."
김승회는 지난달 27일 사직 SK전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30일 대전 한화전, 3일 인천 SK전, 9일 마산 NC전까지 4세이브를 올렸다. 3일 SK전에선 1홈런 2실점하면서 불안했지만 리드를 지켰다.
김승회 피칭의 최대 매력은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도망가지 않는다. 140㎞ 후반의 직구와 변화구(포크볼, 슬라이드)를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리더라도 꽂아 넣는다.
타자를 유인해서 처리하지 않는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이다. 공에 힘이 있을 때는 이게 통한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부에 고전했다. 동계훈련을 제대로 못해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공끝에 힘이 빠지면서 타자들에게 많이 맞았다.
▶"내 선에서 끝내고 싶다"
김승회는 지난 겨울 프로 입단 이후 가장 알찬 체력 훈련을 했다. 2014시즌 목표를 '100이닝 등판, 20홀드'로 잡았다.
마무리 보직은 김승회에게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희망하는 보직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팀에서 시키는 걸 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승회는 이번엔 끝을 보고 싶어했다. 초보 마무리인 그는 "이 보직을 이번 시즌 끝까지 해보고 싶다. 만약 내가 잘 못 해서 다른 선수에게 또 역할이 돌아가면 팀이 힘들어진다. 내가 끝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마무리라고 해서 투구 패턴을 수정하는 등 변화를 줄 건 없다고 했다. 그런 걸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김승회는 잘라 말했다. "죽어라고 앞만 보고 던질거다. 우리 포수 강민호의 손가락만 보면서~"
김승회의 이번 시즌 성적은 17경기에서 18⅔이닝 등판,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41이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