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올시즌 최대 화두는 '부활'이다.
그 키는 마운드가 쥐고 있다. 공격에서는 정근우와 이용규,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의 영입으로 짜임새와 무게감을 갖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투수력은 다른 팀들에 비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마운드를 확실히 다지지 않고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물론 지난해 투수력과 비교하면 양과 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검증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이 달린다. 특히 선발진이 그렇다.
일단 4선발까지는 확정됐다.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와 케일럽 클레이, 토종 유창식과 송창현이 시범경기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5선발 자리는 경쟁 구도다. 윤근영 안영명 이동걸의 3파전 양상이다. 왼손 윤근영은 지난해 중간계투로 49경기에 등판해 2승5패, 5홀드,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했다. 2005년 입단 이후 가장 많은 72이닝을 소화했지만, 선발 경험은 거의 없다.
안영명은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이전에는 지난 2009년 선발로 11승을 올리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경험 측면에서는 경쟁자들을 앞선다. 제구력이 많이 안정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안영명은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 당시 "3년만에 돌아와보니 팀에서 고참이 됐다. 책임감이 크다. 빨리 마운드에 서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동걸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서 이적했다. 2007년 입단했지만, 1군 경력은 14게임이 고작이다. 한화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택했다. 140㎞대 후반의 직구와 포크볼이 주무기다. 키 1m85, 95㎏의 믿음직한 체구도 탄탄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셋 모두 2경기에 등판했다. 안영명은 2⅔이닝을 던져 2안타, 1볼넷으로 1점을 내줬다. 윤근영은 5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지난 14일 NC전에서 4이닝 3안타 1실점의 호투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동걸은 4이닝 3안타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세 선수 모두 시범경기 동안 1~2경기 등판을 남겨 두고 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셋 모두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서 제구력이 좋아져 기대를 걸만하다"고 했다. 김응용 감독 역시 "5선발은 정해지지 않았다.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시즌 개막 후에도 경쟁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5선발은 지금과 같은 9개팀 체제 하에서는 휴식일이 주기적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등판이 미뤄질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투수가 나갈 수도 있는 자리다. 확실한 붙박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경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한화가 지난해와 달리 5선발 경쟁 체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만큼 양적인 측면에서 보강이 이뤄졌다는 뜻이 된다. 경쟁을 통해 선택된 선수는 생명력이 있다. 이 또한 한화가 노리는 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